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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0999113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22-12-07
책 소개
목차
단추와 조약돌
감광과 잔상
마카판스갓의 조약돌
구석의 아이
백일몽의 서가
겨울 새 손님
사포의 향낭
주석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바로 이처럼 확정되지 않은 기원과 기억의 공백 덕분에, 마치 내가 막연한 선입견에 따라 주인공을 마녀로 착오했듯, 누구든 다시 지어내고 다시 쓸 수 있게 된다. 조그맣고 단단한 원재료 하나에서 출발하여 언제든 무엇으로든 새로 끓일 수 있는 수프처럼, 문학은 인간 공동체의 언어를 다 담아내면서 매 순간 새로 형성된다. 단추인지 조약돌인지 모호하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자양의 이야기가 풀려나올 최초의 말. 우리는 누구의 것도 아닌 그것을 하나 꺼내놓음으로써 누구나 보태고 나눌 글쓰기를 시작한다. _단추와 조약돌
세계와 나 사이에 시간의 격차가 발생한다. 내 안에 미처 소제되지 못한 정보가 잔류한다. 세계에서 사라졌는데 내 안에서는 여전히 사무치는 것이 있다. 부유하며. 명멸하며. 빛나던 것이 갑작스러운 어둠 속에 여전히 보인다. 보았던 것이 보이는 것에 잔존한다. 영상이 중첩되면서 정지된 것조차 운동하는 것만 같다. 죽은 것이 산 것만 같다. 잔상이라 한다. _감광과 잔상
그런데 인간이 멀리서 운반한 조약돌을 자기 앞에 두고 그것에 종족의 이미지, 미적인 감정, 다치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은 어쩌면 사랑, 기억, 무리의 삶과 죽음, 태어남과 나이듦의 생각, 시간의 감각을 겹겹이 투영한다면, 그것은 조약돌에 자취를 새기는 행위인가 아닌가. 조약돌을 종족과 돌려보며 즐거워하기란 그것의 외형에서 시각적 쾌락을 느끼기를 넘어서 그것에 감정, 기억, 생각을 거듭 더하며 전하는 행위 아닌가. 어쩌면 100만 년도 넘게 대대로. _마카판스갓의 조약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