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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1018165
· 쪽수 : 192쪽
· 출판일 : 2022-03-07
목차
프롤로그 • 지나온 날들이 보낸 작은 신호―4
동네 잔칫날―15
유치원 졸업사진 찍던 날―18
친척 어른에게 혼난 날―22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던 날―26
풍금으로 아라베스크를 들은 날―30
열한 살의 여름방학 1―35
열한 살의 여름방학 2―36
열한 살의 여름방학 3―40
타임캡슐을 묻은 날―45
둘째 고모의 죽음을 마주한 날―50
큰언니의 갈색 부츠를 신어 본 날―54
19금 영화를 본 날―58
코끼리를 처음으로 본 날―63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68
2002년의 끝, 종로에서 프랑스 영화를 본 날―72
일본에서 1―78
일본에서 2―83
엄마를 배웅하던 날 1―87
사무실에서 화재경보기가 울린 날―91
울산, 1박 2일―94
그날 이후 100일째 되던 날―99
엄마와 함께 요플레를 먹은 날―101
노르웨이에서 온 ‘생명의 물’을 마신 날―105
휴가가 끝난 큰언니의 출국일―109
고향 집에서 보낸 황금 휴가―114
딱 하루 출근했던 그곳에서의 하루―119
너의 말이 서운하게 들렸던 날―124
무주, 1박 2일―128
타인의 그림자를 훔쳐본 날―133
할매의 장롱을 정리하던 날―136
엄마를 배웅하던 날 2―141
보리암에 올라간 날―146
살구 밭에 딱새가 날아든 날―150
단골 안경점을 떠나보낸 날―154
장맛비가 쏟아지던 날―159
내가 쓴 편지를 돌려받은 날―164
차도 한복판을 걷고 있는 노인을 목격한 날―168
멧돼지에 대해 들은 날―171
옛 시절 소환의 날―175
신혼집을 보러 다닌 날―180
뒷산 꿀밤나무 이야기를 들은 날―185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산다는 건 지킬 수 없는 약속들을 하나씩 늘려 가는 일임을, 나는 알지 못했다.
이런 말이 신기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당시만 해도, 엄마가 요플레를 먹는 걸 본 적이 없었다. 요플레를 보는 순간 만감이 교차했다. 처음에는 언제나 다른 살 것과 우선순위를 비교하며 마트의 진열대 앞에서 요플레 하나 마음 편히 담지 못했을 엄마의 얼굴이 떠올랐다. 다음으로는 엄마의 마음이 읽혔다. 엄마라고 해서 왜 먹고 싶은 과자가 없을까? 엄마를 손바닥 크기만도 못한 요플레 앞에서 주저하게 만든 시간이 어쩐지 야속하게만 느껴졌다.
서른이 넘어서도 ‘베스트 프렌드’라는 표현이 주는 묘한 마력은 유효했다. 어떤 불편함도 무장 해제하는 편안함, 너에 관한 이야기라면 무엇이라도 들어 주겠다는 관대함. 그런데 사회에 나가게 된 후 가끔 오리와 통화를 할 때마다 그녀가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이야기를 듣는 일에 지쳤고, 어느 결에는 대화가 끊겨 곤혹스러웠다. 현재의 공감대가 허약해지면서, 우리는 무슨 이야기를 나눠야 할지 몰라 종종 헤매는 사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