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1075205
· 쪽수 : 180쪽
· 출판일 : 2025-01-23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CHAPTER 1. 어머니들의 음식
꽃 피는 봄이 오면 돌나물김치
김장김치보다 채장아찌
비 오는 날 명란젓
토란국 대신 만둣국
미역국보다 바람떡
도나스 대 도넛
CHAPTER 2. 나의 음식
나의 파스타 이야기
짬뽕 국물로 청춘의 막막함을 달래며
딤섬, 내 마음에 점을 찍다
유브 갓 베이글(You’ve got bagel)
미스터 빅의 크루아상
맥도날드, 네가 있어서
때때로 채식주의자, 나물 민족의 후예
제주도의 푸른 밤, 푸른 음식
가을엔 송이를
시간과 바람이 만든 빈티지 디저트, 곶감
고마워, 케이크
CHAPTER 3. 사랑하는 이들의 음식
아버지와 반주
화해의 음식, 김치밥
빈대떡의 추억
이 맛은 내 맛이 아니야!
소울메이트와 소울 푸드
에필로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행복은 마음의 산물이다. 행복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행복이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의 문제라고 말한다. 또한 인간이 하루 동안 즐거움을 느끼는 행위는 먹을 때와 대화할 때뿐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면 나는 음식만큼 삶을 행복하게 해주는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좋은 음식은 인생을 바꾼다. 매일 삼시 세끼를, 아니 하루 한 끼라도 좋아하는 이와 함께 음식을 먹는 장면으로 채울 수 있다면 그만큼 행복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고도로 발달한 문명사회에서도 여전히 가장 즐거움을 주는 대상은 음식과 사람이다.
얼마 전에야 엄마가 만든 명란젓이 우리나라 전통 방식으로 담근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엄마는 아버지가 짝으로 사오신 명태를 손질하면서 명란을 따로 모아두었다. 이것을 잘 씻어 소쿠리에 담아 물기를 빼고 소금을 뿌려 하룻밤 그대로 둔다. 다음 날 아침, 소금물 뺀 명란을 다시 소금과 다진 마늘, 고춧가루 섞은 양념에 골고루 무쳐 작은 항아리에 가지런히 담아 뚜껑을 꼭 싸매 초겨울 마당에 두었다. 며칠 후 상에 올라온 명란젓은 짭짤하면서도 매콤하고 물기가 없이 단단했다. 이 명란젓의 껍질을 벗긴 뒤 참기름과 다진 파를 넉넉히 넣어 버무리면 그 또한 별미였다. 새끼 손톱 크기로 덜어 윤기 나는 쌀밥에 올려 먹던 맛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알알이 터지는 식감과 깊이 삭은 감칠맛이 일품이었다.
사실 나는 만두와 인연이 깊다. 어릴 때부터 할머니는 설 무렵이면 나를 앉혀놓고 만두를 빚으라고 시키셨다. 반죽한 밀가루를 조금씩 떼어 반질반질한 홍두깨로 얇게 밀어 내 앞에 놓으면서 만두는 피가 얇고 속은 적당히 채워야 맛있다고 가르쳐주셨다. 할머니는 만두를 예쁘게 빚어야 예쁜 딸을 낳는다고 하셨는데, 추석에 송편을 빚을 때도 똑같이 말씀하셨다. 뭐든 빚는 것은 왜 딸과 연관이 되는 것인지…. 만두와 송편을 예쁘게 빚어서 늦게 낳은 딸이 저리 이쁜가. 아무튼 이래저래 만두와 인연이 깊은 나는 추석에 토란국 대신 만둣국을 먹는 집으로 시집을 왔다. 시어머니의 만두 준비는 만두를 빚기 보름 전김치를 새로 담그는 일부터 시작된다. 당일 아침에는 부지런히 만두소를 준비해야 한다. 먼저 김치를 물에 담가 양념(고춧가루)을 뺀다. 만두소는 양념을 뺀 김치, 데친 숙주와 배추, 두부, 간 돼지고기를 넣어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