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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한국문학론 > 한국시론
· ISBN : 9791191197969
· 쪽수 : 352쪽
· 출판일 : 2024-03-22
책 소개
목차
서문 진입로에서 – 미완인 삶과 대화라는 꿈 _5
제1부 세계의 밤을 견디는 감각의 유대
세계의 일몰과 감각하는 시의 권능 _17
느낌의 발생학, 또는 젊은 서정의 향방 _30
공동 감정의 가연성 연료 - 일상과 시, 시와 정치에 관하여 _51
커튼 뒤의 시인과 고단한 열락의 꽃 _66
제2부 슬픔의 공명, 결국 사랑의 발명
모모제인을 위하여, ‘누구’와 ‘우리’ 사이의 발명 _83
사랑, 둘이 서는 무대 _98
당신에게 도착한 두 가지 안부 _109
슬픔의 전염력, 끝나지 않는 우기 _122
제3부 거리와 시차, 당신을 두드리는 시인들의 일
태풍의 눈으로부터 한 발자국 - 강성은론 _139
부서져 열리는 마음들의 밤 - 김안론 _151
‘자리’의 몫 - 차성환론 _169
밤이 길어질 계절 앞에서, 우리의 스웨터 – 임승유론 _186
상실의 시, 기억의 의례 - 서효인론 _199
그러니 춤추고 노래하네 - 석민재론 _208
제4부 ‘우리’의 좌표
우리의 정원은 우리가 가꾸어야 합니다 _223
고독의 박물지 _234
세 개의 의자, 혹은 Constructive Solitude _246
고양이-되기(becoming)의 밤 _258
제5부 영원한, 시 읽는 밤에
말하지 않아서 말할 수 있다 _271
세계를 부수고 지으며 _283
세계를 이제 막 보기 시작한 자의 눈으로 _296
초대장 없는 집, 혹은 테이레시아스의 파라노이아 _305
시-문지방의 주술에 관하여 _321
노동의 행간, 없는 시간으로서의 시 _335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즈음의 서정은 그리하여 실존에의 증명과 (타인의) 고통에 대한 증언이라는 두 좌표 중 어느 것도 간과할 수 없는데, 다행이라면 비대해진 감각이 양쪽을 위한 유력한 도구라는 사실이다. 고통스러운 사실을 기록해야 하는 것은 역사의 일이었고 고통의 느낌을 보관하는 것은 문학의 몫이었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 고통을 고통답게 복원하는 것은 뒤의 것에 가까웠다.
꽃으로 시절을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반복될 패배에 이 시절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의 아름다움이 있다. 많이 쓴다는 사실만으로 진정성을 논할 수는 없다 해도 거듭 쓰려는 마음만은 진심인 것이다. 어둠이 언제 걷힐지 모른다지만 시인들은 다시 꽃을 피워 달라. 그래야 우리가 달빛을 꿈꾼다.
소설을 읽는 일에는 시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서사는 독자를 느릿느릿 걷게 하고 꼭 그 시간 동안 특정한 삶의 양상을 비판적으로 그들 뇌리에 영사합니다. 그러면 읽는 이는 하릴없이 이성을 도구 삼아 과거를 들춰보거나 미래를 더듬어 볼 것입니다.
반면 시는, 순간을 파고듭니다. 갑자기 명치를 파고드는 통증처럼 짧고 강력하게. 논리가 아니라 감정의 영역을 공격 대상으로 삼는 서정은 종종 좀처럼 열리지 않는 어떤 마음에마저 부지불식간에 침범할 수 있습니다. 잘 있냐고, 괜찮은 것이냐고, 잃어버린 것은 없냐고 ‘마음의 안부’를 물어보는 것입니다. 이것은 따가우나 따스한 인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