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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1262179
· 쪽수 : 132쪽
· 출판일 : 2021-01-31
책 소개
목차
1부 죽음은 아름다운 꽃의 이름을 달고 다녔다
낙원빌라
아귀
거대한 밭
그 기차는 어디로 갔을까
밥 묵고 오끼예
꽃의 장난
달개비
만화경
살구나무 변소
지붕 위의 고양이 역
복도
비혼모
송정 블루스
2부 비는 중얼중얼 흘러내린다
미자 화분
공수 해변
목련사
맨드라미
동백 세월
고백
11월
창밖 목련
벽에 기대지 마시오
사과 한 상자
새
감자
통영 트렁크
해변 모텔
3부 사람들이 우산을 쓰고도 비를 맞는다
자갈치 밥집
서생 한 상자
담벼락
우체국 앞 평상
문학
저, 구두
밤의 정원
저녁의 신데렐라
자정
영도에 갔다
별이 빛나는 낮에
벚꽃 십 리
겨울 음화
거리에서
검은 밤 흰 해변
4부 기다리는 것도 직업이 될 수 있다면
밥
임랑
몰래 예뻤던 목련
벚꽃나무 당신
수국
숲
자귀꽃 저녁
아내의 식탁
쑥 캐는 남자
9월 1일
바닷가 여자
바닷가 마지막 집
편의점 생각
붉은 치마를 입은 소녀
사과와 트럭
해설
삶이 품고 있는 질문들
-남승원(문학평론가)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깡마른 손 하나가
채소밭 하나를 밀고 간다
(중략)
할머니는 진저리를 치며 호미질을 한다
진저리 치는 만큼 잡초들은 자란다 전속력으로 자란다
상추와 호박과 고구마와 잡초와
열무와 고추와 잡초와 할머니가
서로가 서로를 저항하면서 자란다
이런 오살할!
욕이란 욕 다 얻어먹어 가며
비로소 여름은 완성되고 있다
─「거대한 밭」 부분
한적한 주택가에 슈퍼 하나가 있다 벚꽃나무 한 그루 남편처럼 서 있고 주인은 온데간데없다 ‘밥 묵고 오끼예’ 신문지 한 장 찢어 붙여 놓고 그녀는 꽃놀이라도 간 것일까 점심시간이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그녀의 식사는 길어지고 있다
‘밥 묵고 오끼예’ 봄날의 나물 같은 사투리가 그녀의 부재를 메우고 있다 나는 사이다 한 병 사러 왔다가 진성슈퍼 아줌마 그녀를 상상한다 파마머리일까, 뚱뚱할까, 날씬할까, 테이블 위 초록 콜라병에 벚꽃가지 하나 척, 꽂아 두고 사라진 그녀가 나는 궁금하다
‘밥 묵고 오끼예’ 어쩌면 미나리 같은, 냉이 같은, 씀바귀 같은 대사 한마디 날리고 봄나들이를 선택한 그녀의 외출은 길어지고 있다 나는 봄날의 그림자처럼 길어지고 있는 그녀의 식사를 오래 생각한다
─「밥 묵고 오끼예」 전문
맨드라미 트럼펫이 길게 울려 퍼진다
프라이팬처럼 달궈진 마당에
발을 덴 수탉이 뒤뚱거리며 마당을 빠져나간다
식구들은 평상에 앉아서 더위를 구워 먹는다
맨드라미가 여름을 길게 분다
붉은 피를 뒤집어쓴
맨드라미가
길게 울려 퍼진다
붉은 살점 같은 맨드라미 활짝 피었다
붉은 고기가 석쇠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 간다
식구들도 따라 지글지글 익어 간다
식구끼리 욕을 한다 고기보다 붉은 욕을 고기 굽는다
땀을 뻘뻘 흘리며 욕을 만든다
자, 자 그래 봤자 우리는 식구다
식구들이 기름진 입가를 엉엉 웃는다
그래 봤자 우리는 식구다
그래 봤자, 그래 봤자다
모르는 척 고기가 익어 간다
맨드라미가 식구들을 길게 분다
─「맨드라미」 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