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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없이 다음 없이

죄 없이 다음 없이

임곤택 (지은이)
걷는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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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없이 다음 없이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죄 없이 다음 없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1262452
· 쪽수 : 136쪽
· 출판일 : 2021-08-03

책 소개

걷는사람 시인선 46권. 2004년 《불교신문》신춘문예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한 임곤택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시인은 그간 출간한 시집을 통해 절제된 언어로 평범한 일상을 노래하며 매 순간 새롭게 발견되는 도시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목차

1부 닮았다가 달라지다가 다시 닮아 가겠지
그러지 말걸
식욕
발견
서울에서 멀어지면
아마도 셋은
어두운 신발
벽으로 빨려드는
하얀 말
기도하는 낙서
한 조각 아름다움
그럴 수 있지만
오후의 느낌과 여행을 떠나자
10센티 일몰

2부 빛나지 않는 것들을 잠시 빛나게

멀리 간다고 가까워지는 건 아니야
밤의 북벌
메이드 인 베트남
악수
깃발
카페 탱고
넝쿨
알 것 같다
이유
광화문에 가야 한다
어제 일처럼

3부 일요일의 사람들이 지나갑니다
Lost
무정
해라, 하지 마라
가을이 왔다
신호 대기
조금만 조금만
물컵을 보며 재떨이
수족관
언덕의 동화
먼지와 이파리
너는 쉽게 속는다
데리러 온다는 말
죄와 벌

4부 돌아가는 길에, 돌아가도 좋으냐고
카나리아 노란 새
집인가 아닌가
담배와 사과로 겨울
장마와 사루비아
불가능한 휴식
외눈박이 놀이터
주춤거리다
정물
옮겨 가는 불
나는 자연인이다
좋은 날
자전
이런 귀가

해설
삶의 리듬과 언어의 미학
- 고봉준(문학평론가)

저자소개

임곤택 (지은이)    정보 더보기
전남 나주에서 태어났으며, 2004년 《불교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지은 책으로 시집 『지상의 하루』『너는 나와 모르는 저녁』과 시론서 『현대시와 미디어』가 있다. 고려대 교양교직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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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소리 지르는 아이를 참다가 참다가
그 엄마에게 항의했다.
그러지 말걸 그랬다.

눈이 내렸고 눈을 뭉쳤고 벽을 맞혔다.

말을 그치자 말이 없다 잠깐 뜨겁고 오래 차갑다.
생면부지의 열애는 늘 이렇다.

주머니에 손 넣어 동전을 짤그락거린다.
눈이 계속 내린다.

벽에는 내가 던진 눈 뭉치가 뭉개져 있다.
그러지 말걸 그랬다.
-「그러지 말걸」전문


강릉이나 삼척으로 가자고 했지
서울에서 멀어지면 우린 아주 행복할 거라고
거짓말로 안내하던 택시 기사에게
속았던 때를 기억하면서도

귀찮은 일은 문득 삐져나온다
비행기를 처음 타는 노인들의 여권과 티켓
에스키모 다큐에는 상처 입은 개들이 보이듯이
계획이란 늘그렇듯이

상자를 채워 더 큰 상자에 담는다
깜빡 잊으면 두세 배 늘어나는 일들

스웨터 장갑 철 지난 것들
그렇게 다
버릴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머리를 부딪히며 우리는 짐을 옮긴다

시시한 것을 담고
시시한 것을 쌓고
-「서울에서 멀어지면」부분


꼬마 셋이 지나간다. 같은 곳에서 머리를 자른 듯 머리 모양이 똑같다. 가운데 아이가 저금통을 거꾸로 들어 올린다. 셋이서 동전 구멍을 올려다본다. 떨어지기를 기다린다. 눈송이 민들레 사탕 한 알, 어떤 것이 나오면 좋을까. 꼬마 셋은 닮았다 하나쯤 닮지 않아도 좋지만 그들은 닮았다.

더 많이 닮다가 슬슬 달라지겠지. 과일을 사거나 팔겠지. 과일 가게를 지나가겠지. 튀어나온 자동차에 놀라 물러서겠지. 사랑하거나 그랬다고 믿겠지. 매미 소리를 듣겠지. 겨울에도 푸른 풀잎들을 무심결에 지나치겠지. 기다리는 사람이 있겠지. 닮았다가 달라지다가 다시 닮아 가겠지.
-「아마도 셋은」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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