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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희곡 > 한국희곡
· ISBN : 9791191262681
· 쪽수 : 93쪽
· 출판일 : 2021-10-21
책 소개
저자소개
책속에서
사람2 : 과학자들의 눈에 띄어 새로운 이름을 얻은 개. 못지않게 똑똑했던 무슈카라는 개종들과의 훈련 후, 두 마리만 남은 최종 후보에서 결국은 홀로 선발된 개 4, 3, 2, 1 라이카. 무중력 상태가 미칠 영향을 테스트하기 위해 20일 동안 몸이 묶인 채, 아주 좁은 공간 안에서 가속도 적응 훈련을 한 개. 인내력, 지구력, 지능, 체력도 뛰어났는데, 덕망까지 있었던 개. 잡종 개. 돌아오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우주로 우주로, 우주로 가 버린 개. 지구에서도 우주에서도 떠도는 삶을 살았던 개. 쿠드랴프카. 라이카는 그저 그 개가 속한 종의 이름이었을 뿐. 실제 그 잡종 개의 이름은 쿠드랴프카. 우주로 나간 뒤 지구를 네 번이나 돌면서 고온, 고음, 고진동을 견디지 못해 일곱 시간 만에 죽었던 개. 조금만 견딜 수 있었다면 일주일 후, 자동 독약 주사가 투여돼 죽었을 개. 어차피 일주일치 식량도 함께 실려 있었을 테니까. 아니오. 애초에, 지구로 돌아오지 못했을 개. 대기권으로의 다시 진입 애초 불가능했으니까.
비둘기 : 돌아오는 길. 오늘처럼 비바람이 불었고요. 한 마리, 한 마리, 그리고 또다시 한 마리가. 자신의 집으로 날아들기 위해 모두 속도를 냈습니다. 우리는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곳으로 가기 위해 훈련을 받는 게 아니거든요. 그곳에서 다시 돌아오기 위해 훈련받는 거죠. 훈련받고, 발목에 등록표 달고 작은 바구니에 실려 멀리멀리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곳으로 도착했고요, 다른 비둘기들과 함께 컨테이너 박스 어둠 속에 갇혀 숨죽이고 기다렸습니다. 빛이 쏟아들어져 올 그 순간. 탕!
고라니 : 어젯밤. 한 고라니가 어미 고라니로부터 독립하는 날이었다. 물을 마시기 위해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갈 것이다. 일주일 후의 어느 밤. 한 고라니가 새끼 낳을 곳을 찾기 위해 이쪽에서 저쪽으로 길을 건넜다. 어느 곳에서도 반복되어 펼쳐지지 않았어야 할 죽음들.
이것이 끝나면, 당신에게 조금은 그랬던 날이 되어 버릴 그런 날들.
나는 왜 나에게 달려오고 있는 차의 소리를 보지 못했는가.
나는 왜 나에게 달려오고 있는 차의 빛을 듣지 못했는가.
나는 왜 나에게 달려오고 있는 차가, 바로 내 앞까지 왔을 때 그제야 이 차가 계속해서 나에게 달려오고 있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는가.
순간 멈춘 나는, 나에게 달려오고 있던 그 차 안의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고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