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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1583793
· 쪽수 : 400쪽
책 소개
목차
뉴욕
아헨
오사카
타이베이
런던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어쩌다가 여행 에세이를 9년째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 종종 소설보다 뒤에 붙은 ‘작가의 말’이 재밌다는 말을 들어서 에세이도 쓸 수 있을 줄 알았더니, 예상과 달랐다. 쓰다가 멈추고 쓰다가 지우고 쓰다가 고치며 시간이 흘러버렸다. 이 지난 여행의 기록들은 사실 여행 그 자체보다는 여행을 하며 안쪽에 축적된 것들에 중점을 두고 있는 듯하다. 좋아하는 친구들을 만나러 멀리 가서 맞닥뜨린, 이야기보다 더 이야기 같았던 순간들을 마음속 거름망으로 걸러내 정리해두고 싶었다.
어쨌든 많이 보고 싶었으므로 여행을 크게 즐기지 않으면서도 뉴욕까지 날아갔다. 웬만큼만 가까운 친구라면 스리슬쩍 변명하고 가지 않았을 텐데, 누군가를 좋아하면 확실히 무리하게 된다. 아끼는 마음의 척도를 얼마나 무리하느냐로 정할 수 있지 않을까? 2012년 5월의 일이었다. 그때 쓰기 시작한 에세이를 아직도 쓰고 있는 것이다. 이게 웬일이람. 덕분에 시간이 크레이프 케이크처럼 쌓여 더더욱 묘한 글이 되고 말았다.
스물아홉 살의 내가 몰랐던 것을 지금의 나는 알고 있다. 사랑 때문이었다. 천 부도 겨우 팔렸지만 그때도 강렬하게 지지해주는 독자분들이 계셨다. 책 한 권 없이 몇 편의 단편뿐이었을 때부터 가장 좋아하는 작가라고 말해주시던 분들이……. 독자와 작가 사이의 사랑은 세상의 그 어떤 사랑과도 달랐다. 어떨 때는 커다란 방패고, 또 어떨 때는 완전연소하는 연료라서 한번 경험하면 다시는 그것 없이 살 수 없게 된다. 아무것도 아닌 나를 선택해 사랑하기로 마음먹은 분들이 의기양양하실 수 있게 어떻게든 살아남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