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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1714425
· 쪽수 : 360쪽
· 출판일 : 2024-02-20
책 소개
목차
1장..하늘
2장..하지
3장..산길
4장..낮달
5장..저녁놀
6장..가시고기
에필로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백혈병에 걸렸습니다. 아빠는 무슨 병인지 말해주지 않았어요. 단 한번도. 앞으로도 그럴 게 뻔해요. 우리 병실에는 온통 백혈병과, 백혈병 사촌인 재활불량성빈혈 환자들만 있어요. 알고 싶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 된답니다. 백혈병이 얼마나 끔찍한 병인지도요. 나는 키가 작은 편예요. 백혈병에 걸린 2년 동안 다른 애들은 쑥쑥 자랐지만 나는 그대로랍니다. 백혈병이 내 키를 나무 기둥에 쾅쾅 못 박아둔 거죠. 또 백혈병은 심술쟁이 고양이 톰 같아요. 나는 새앙쥐 제리 꼴이고요. 아무리 도망쳐도 끈질기게 쫓아오는 고양이 톰처럼 나를 못살게 굴지요.
그 모든 것이 착각이었을까. 한순간의 신기루, 꺼져가는 촛불의 마지막 휘황찬란한 발광, 혹은 운명의 심판자가 던져준 값싼 위로나 최후의 동정이었을까. 아버지의 과도한 욕망이 빚은 참혹한 결과였을까.
그는 벽에 등을 기댄 채 서서 굳게 잠긴 중환자실 철문을 노려보고 또 노려보았다. 다시는 찾지 않겠노라 다짐했던 병원에, 그것도 응급실을 거쳐 중환자실에 아이를 입원시킨 직후였다.
병원을 벗어난 지 꼭 36일 만이었다. 고작 거기까지였다.
당신이란 사람,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야? 어쩌면 아이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을 수가 있어?”
입안에 가득 침이 고입니다. 꼴깍꼴깍, 침을 삼키고 아빠의 말을 기다립니다. 이번만큼은 아빠도 화를 낼 줄 알았어요. 엄마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예요. 아빠는 눈으로 날 바라볼 뿐이에요. 아휴, 내 입에서 저절로 한숨이 새어나옵니다. 내가 아픈 게 왜 아빠 탓이죠?
답답해요. 아빠는 마치 자신의 잘못인 것처럼 가만히 있으면 어쩌자는 건지 도대체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