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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1719031
· 쪽수 : 134쪽
· 출판일 : 2021-11-01
책 소개
목차
제1부 일 포스티노
일 포스티노/ 연리지/ 스무 살의 드로잉/ 사마귀 날아오르다/ 파문/ 꽃 피다/ 숲에서 다시 그대/ 질경이/ 해빙/ 참 나지막한 봉분/ 자서/ 그림일기/ 폭풍주의보/ 점묘체의 자화상/ 나비를 보다
제2부 새빨간 씨앗
선인장/ 새빨간 씨앗/ 폭우, 난데없이/ 마른 햇빛 속으로/ 시든 줄기/ 목마른 날/ 진혼곡을 켜다/ 한 그루/ 상사화/ 선인장, 화분 속/ 붉은 삼십대/ 만종/ 음모, 길 위에 가스등 켜다/ 어떤 화엄/ 틈, 번지는
제3부 물 위의 가을
선인장꽃/ 만추/ ……/ 이별/ 오래된 소포/ 먼나무 열매/ 거미줄/ 이삭 줍기/ 가을비/ 몸속, 여자/ 흔들리는 주소/ 빈 칸, 한 생/ 남겨진 눈물/ 안개숲/ 어떤 변주
제4부 자국
너도바람꽃/ 가벼운 오수/ 달력을 찢다/ 늙은 여자/ 허공의 기록/ 자국/ 흉터/ 돌아가고 싶다/ 칼라꽃 부케를 든 신부/ 뒤샹의 샘물/ 위독한 플롯/ 아스팔트에서 비집어 오른/ 노란 바이어스 둘러진 손수건이 나를 우울하게 한다/ 산에 오르는 간헐천변의 꽃/ 겨울단풍
저자소개
책속에서
조용히 풀리는 사물들
쓰러진 뿌리 곁에서 새어나오는 첫숨들
질곡에서 빠져나온 연둣빛 잎들의
팽창을 듣는다
발효균처럼 포근해진 흙으로부터
누적된 육신들의 표정을 읽고
내 육신의 미래도 조심스레 읽어본다
어떤 암흑은 장작더미처럼
때로 마마꽃처럼 뜨겁게
창궐하였다 산다는 건
간단히 타오르다 그쳐버리는 것
사지를 얼기설기 꼬아 불꽃 일으키는
한 시절의 분출이 그리 낯설 것은 없지만
더러는 닿지 못한 구석 자리도
그리워하게 될 게 분명하다
다만
필연적으로 타오를 것
필연의 불꽃 뒤에 아무것도
남겨두지 말 것
―「해빙」 전문
퉁퉁 분 물살 위로
떠다니는 찌꺼기 한 점이 삶이라고
믿지 않겠다
휘두르면 손톱 끝에 찍혀나오는 가벼운 윤리와
치부 위에서 환하게 여문 신파적 꽃씨들
교과서처럼 짓눌린 표정으로 꽃씨를 받는
나는 물이다
누워 바라보면 제거하기엔 너무 깊은 강
가슴께 꼬깃꼬깃 소외의 키를 잡는 시간과
시간에 얹힌 구름들
온몸 새겨온 손톱자국을 다시 한번 강에 뿌리며
도저히 어찌 못할 욕망은 프리미엄인 게라고 마음 고쳐먹기까지
강은 도도했고
내가 키운 검은 나비도 아름다웠다
말씀 한 줄로
일어서는 날개를 내려치진 못했다
폭우―
물살 잠잠한 강심으로
난데없이 내리꽂힌
한낮의 정사
―「폭우, 난데없이」전문
갈림길에서 걸어 나온 하늘을
우연히 만났네
삶의 흙과 삶의 바다
삶의 바위에 부대껴 흐르던 햇살 부스러기들은
얼룩을 털며 날아올랐네
넘어지는 꽃들이
꽃가루를 일으켜 세우려 애를 썼다네
한 방향으로만 부는 바람이
스쳐 지나갈 때
견고한 줄 믿었던 나의 뿌리가
아주 낯설게 흔들,
흔들거렸네
―「파문」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