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기 타이밍

제1부 신세기 타이밍
청년 아력산뎐/ 新 견원지간/ 그 연극은 대학로였으니/ 힘센 마법/ 망울을 여는 복수초처럼/ 정전, 라고스/ 내 인생 분석의 결과/ 신세기 타이밍/ 선인장/ 인간 상관계수 0.3/ T2O/ 숫자의 강물/ 계절을 검증하지 않듯/ 가면 놀이

제2부 보스턴 강에 나갔어야 했다고
상품기획, 불발/ 눈과 눈을 맞추고/ 생살을 벗겨내고 가죽을 새로/ 다르니까 함께/ 상호안전 보장원칙/ 영업 백서 발간/ 헬조선의 숙제/ 아스팔트 위의 물고기/ 아를로뇩 호텔의 까레이스키/ 보스턴 강에 나갔어야 했다고/ 호모 루덴스/ 나의 왼쪽/ 마케팅 출사표

제3부 취업기
취업기 1 ― 신세계/ 취업기 2 ― 학생 부부/ 취업기 3 ― 비씨카드사 면접/ 취업기 4 ― 취업 야사/ 취업기 5 ― 그레이 칼라/ 취업기 6 ― 우리의 셈법/ 취업기 7 ― 노란 동백/ 취업기 8 ― 레미 마르탱/ 취업기 9 ― 눈물의 똠양꿍/ 취업기 10 ― 서른 즈음/ 취업기 11 ― 숙취의 방정식/ 취업기 12 ― 발렌시아의 밤/ 취업기 13 ― 내일 일기

제4부 사십 대에 현악기는 안 된다고요?
아이가 아이를/ 불임/ 모세의 기적/ 역량개선 프로그램/ 임원항 대박횟집/ 강제휴업명령/ 당신의 비전/ 아웃 오브 아메리카/ 사십 대에 현악기는 안 된다고요?/ 타임머신을 타라/ 상품기획 홈커밍/ 우두커니 섰다/ 미술 치료/ 진부령 종산제

보일러는 아니래도 식기세척기는 놓아 드릴게요 어머니와 통화하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면접관이 벤치마킹을 묻자 물 흐르듯 답했는데 사학과 졸업생이 경영 용어들을 어찌 아느냐, 경영 경제 용어 사전을 공부했다는 말이 미심쩍은지 세그멘테이션 타겟팅 포지셔닝을 잇달아 물으니 벼락치기로 공부한 밑천이 곧 드러나 어머니에게 사드리겠다는 세척기와 용돈 생각에 엉덩이가 땀을 뻘뻘 흘렸다 더는 내게 추가 질문을 하지 않는 면접관들을 뜨겁게 훑으니 완강하게 돌리는 고개들, 엉덩이는 큰 한숨 쉬며 일어나야 했다 아직 안 끝났습니다, 전 끝난 것 같네요 면접관 하나는 웬 미친놈인가 하는 표정이고 또 하나는 혀를 차고 다른 하나는 서류에 크게 X자를 그리는 통에, 함께 앉았던 지원자 하나는 입가가 뱃머리처럼 올랐고 또 하나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돌아보고 다른 하나는 부동자세로 전방을 주시했다 면접실을 박차고 나와 연봉 삼천이라는 카드사 로고를 걷다가 뒤돌아보고 뒤돌아보다 걷다가 지하철역에 이르러 어머니와 통화하니 내 말 듣기도전에 우리 아들 최고여! 제엔장, 그 최고 아들놈은 빨간 내복을 사드리겠다고 공연히 헛약속을 하는 꼬부랑 날들이 꼬부랑 고갯길을 꼬부랑 꼬부랑 계속 넘어가고 있었다
�� ｢취업기 3 ― 비씨카드사 면접｣ 전문

책상에서 사십일을 기도한 연구자들이
에스프레소 트리플샷 신세기 타이밍을 쥔 채

자정이 지나면 유령처럼
한 명씩 사라지고 남았던
책상 위에 엎드린 남자 연구원
책상 바닥에 숨어든 여자 대리

첫닭 소리 가까운 새벽
사무실 곳곳은 임시 수면실이어서
속옷만 입고 어슬렁거리다가
속옷만 입은 연구원을
복도에서 마주치고 혼비백산한
시장 세분화 분석의
밤과 낮은 쉽게 끝나지 않아서

꿈과 젊음을 먹고
전설이 되고팠던 우리는
다시 임시 수면실을 향해
낮과 밤을 걸려야 했다
－ ｢신세기 타이밍｣ 전문

지금 손님 오셨으니 조금 있다 다시 와 개새끼 돈 쓰라고 그 자리에 앉혔냐 도대체 이걸로 몇 대를 팔 거냐고 니 돈이면 그렇게 쓸래 수요 예측 다시 해서 가져와 씨발놈아 이건 운동장에서 그냥 돈 태우는 거야

조금만 현실적으로 조금만 대중적으로 기획해야 할까 아니 깊은 봄 깊은 꿈을 꾸어야 해 정말 우리 세상에 없는 상품을 만드는 거야 붉게 물든 개발자 얼굴 소주잔 위에서 이슬처럼 어른거렸어 꼼장어 처음 먹는 날 벚꽃이 날리고
－ ｢상품기획, 불발｣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