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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1719185
· 쪽수 : 152쪽
· 출판일 : 2023-10-19
책 소개
목차
제1부 매듭의 종류
무수한 건너편들/ 뒤척인다는 것/ 저별에 사는 것들/ 실비집/ 매듭의 종류/ 동그란 편견/ 돌 속엔 불이 있고/ 등진 사람/ 마당의 서사/ 맹지/ 물고기라는 기록/ 물의 기억/ 등을 허물다/ 기성복/ 집에 때가 있다
제2부 조련의 역사
물집/ 장편들/ 물비늘/ 외진 곳 / 앉아 있는 나무들/ 조련의 역사/ 물 가시/ 응애/ 저녁이 오지 않는 집/ 날숨/ 입안이 닮았다/ 사라지는 곡선 / 연결에 대하여/ 씀바귀
제3부 오늘의 일기
어떤 흔적/ 암, 앎/ 오늘의 일기/ 물의 표정들/ 햇살 값/ 불의 모양/ 봄의 구석/ 뽑는다는 말/ 조우/ 밧줄/ 아픈 웃음/ 한쪽 발이 묶인 공중/ 퇴적/ 안쪽은 살살 아프다
제4부 옹이라는 중심
시간이 약이라 했다/ 기러기 날아들면/ 빈손/ 비는 무채색 휴일/ 옹이라는 중심/ 미로 정원/ 바퀴의 중심/ 파스 한 장/ 한 벌의 무게/ 바닥이 흥하다/ 결빙/ 야생사과/ 낙엽
저자소개
책속에서
고층빌딩 창문을 닦는
로프공들은 만나는 창문마다
그 안쪽의 자신을 만난다
몇 개의 매듭을 풀고 또 몇 개의
매듭이 묶이는 외줄이 되었다
공중을 닦는 일이라면
하나님의 마리오네트쯤 될까
햇살의 찡그린 얼룩을 지워나가면
선명하게 나타나는 무수한 건너편들
별들이 밤하늘의 창문이라면
저 무중력의 희미한 사람은
늘 자신의 앞을 닦고 또 닦는,
그도 한때 저 안쪽에서 일하고 싶었던 사람
수십 갈래로 번지는 생각들이
팔을 뻗어 햇빛의 너비를 가늠해 볼 때
하늘 사다리처럼 난간을 내어준 순간들
아찔한 일들이야 저 아래쪽에서
더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
누군가 튼튼한 동아줄을 내려주듯
천품을 살펴 내려 준 천직
이쪽을 닦아 저쪽을 선명하게 빛내는 일
아래로, 아래로 닦다 보면 어느새 바닥
문득 무수한 창문의 안쪽에서
아직 나오지 못한 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챈다
- 「무수한 건너편들」 전문
가끔 눈물이 묻은 눈썹 사이로
작은 불빛들
아름다운 꽃송이처럼 번져 있다
마치 먼 우주 공간을 달려가고
달려오는 별빛들처럼
그 별들 속엔 무엇이 살고 있을까
가장 먼 별이 있듯
가장 가까운 거리의 별은 사람과 사람 사이
두 팔 벌리면 내게 다가와 준
소중하고 다정한 것들은 모두 별에서 왔다
불가항력으로 눈물이 밀려오고
몇 번 흐느끼다 보면
나를 볶아대는 것들이나 볶이는 나나
아옹다옹 측은하게 산다고
속눈썹 끝에 매달린 별빛들이 알려주는 것이다
우리는 같은 일, 같은 슬픔 권에
모여 있는 별들
그렇게 가끔 눈물의 끝으로 놀러 가고 놀러 오듯
서로의 별을 닦는다
지구에 떨어진 우리는
별의 물질이라서
죽어서 별이 되는 것은
별과 인간이 자리바꿈하는 일이다
- 「저 별에 사는 것들」 전문
초식동물의 다양한 언어에는
몇 그루의 과일나무와 나뭇잎들이 있다
종족 보존은 명맥이 아니라 목숨을 보존하는 일이므로 한 무리의 동물이 초원을 옮겨갈 때, 천적보다는 먹이의 확보가 우선이었을 것이다
조련은 어미의 뱃속 시절이었을 것이다
씨앗은 맨 맛, 떪은맛, 신맛을 거쳐 단맛의 열매가 되고 초원의 먹잇감에는 덤불 속으로 숨은 은유의 신호들이 있다 코가 긴 식성과 키가 큰 식성의 언어는 먼 시야까지 신호를 송출하고 정글의 법칙이 되었다
돌고래의 언어에는 수유의 감성이 곳곳에 있다 산란지에 젖먹이 새끼를 두고 온 듯 간절한 음성을 발사하고 그것들을 수신하던 돌고래는 바다를 잃고 인간의 조련을 받는다 인간의 발음에는 단맛이 배어 있어서 조련의 방식에 허기진 순간을 이용한다
효과가 가장 좋은 언어는
배고픈 언어들이기 때문이다
과일과 나무는 인간의 조련을 받지 않아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그중에서 가끔 여행하는 나무들은 새를 얻어 타기도 한다
- 「조련의 역사」 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