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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91162520833
· 쪽수 : 147쪽
· 출판일 : 2023-01-31
책 소개
목차
자욱한 연기
다른 아이
엄마의 옛날이야기
사랑받는 외톨이
초록색 지붕 피아노 학원
무거운 외투
열한 살의 초원
친절해 보였던 친구
바나나 우유
탄로 난 비밀
달리고 싶어
선생님의 칠판
새로운 초원
달리다 쿰
책속에서
쿰은 새로운 꿈이 생겼다. 저 집에 들어가 피아노를 배우고, 피아노를 치고 싶다는 꿈이었다.
그러나 쿰도 알고 있었다. 자신의 신체 조건상 피아노 연주는 어렵다는 것을 말이다. 열 손가락을 자유롭게 움직여 연주해야 하는데, 쿰은 오른쪽 손만 겨우 사용한다. 한쪽 손으로 무엇이든 하고 있었다. 그런데 피아노라니? 가당치 않았다.
쿰은 속상했다. 자신은 늘 하고 싶은 일에, 몸을 먼저 생각해야 하고, 너무나 많은 제약과 구속이 가로막고 있다는 사실이 어린 마음을 답답하게 했다. 왜 이렇게 할 수 없는 게 많은 것인지? 다른 아이들은 아무렇지 않은데, 유독 자신만이 어려움을 겪어야 하는지 화가 났다.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하는데,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넘어가야 하는데, 넘어가고 싶지 않았다.
쿰은 어느 날, 용기를 냈다. 초록색 지붕집 앞을 지나가며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나 피아노 치고 싶어.”
아침에 엄마가 간식을 챙긴다. 역시 맛있고 예쁜 빵과 바나나 우유였다. 쿰은 엄마에게 단호하게 말한다.
“엄마, 이제 간식 넣지 마!”
엄마는 놀란 얼굴로 쿰을 바라보았다. 엄마가 많이 궁금해 한다는 걸 알지만, 쿰은 말해 주지 않았다.
쿰의 결심은 단호하고 단단했다. 자신의 몸이 자유롭지 못하다고 해서, 불편하다고 해서, 보기 흉하다고 해서, 그것이 누군가에게 죄를 지은 것은 아니다. 비굴해질 필요가 없다.
똑바르게 걸을 수 없어 흔들흔들, 비뚤비뚤 걷고, 불안한 발음으로 어눌하게 말하지만, 그 안에 정신만은 똑바르고, 정직하게 살아가고 싶었다. 비굴하기보단 외로움을 택하는 편이 낫다고 결정했다.
현실은 바로바로 민낯을 보인다. 간식을 안 가져다 주는 날이 잦아지자 봄은 금세 얼굴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불만을 행동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