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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기독교(개신교) > 기독교 역사
· ISBN : 9791191851755
· 쪽수 : 344쪽
· 출판일 : 2023-05-29
책 소개
목차
들어가는 말
1부 ○ 탄생
1 서론: 오늘 왜 수도회인가?
2 수도회의 탄생: 그리스도교 공인과 사막 교부들
3 수도사의 일상: 기도와 노동, 하나님의 일이 되다
2부 ○ 역사
4 유럽을 만들다: 아일랜드 수도회, 베네딕토회
5 유럽을 깨우다: 클뤼니 개혁 운동과 시토 수도회
6 십자군의 혼란 속에서: 성전 기사단과 구호 기사단
7 세속화에 급진적으로 맞서다: 탁발 수도회
8 닫힌 공간에서 피어난 영성: 여성 수도회와 대안의 공동체
9 종교개혁, 수도원을 없애다: 수도원 폐쇄와 새로운 물결들
10 이성이 종교가 된 시대: 근대 혁명과 수도원 파괴
11 잿더미에서 찾는 희망의 조각들: 떼제와 라브리 공동체
3부 ○ 유산
12 옛것을 익혀 새것을 깨닫다: 베네딕토회 규칙의 현재적 의미
13 전위에 선 저항자들: 디트리히 본회퍼와 토머스 머튼
14 오늘, 수도회를 다시 묻다: 신수도회주의 운동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수도원의 삶은 고사하고 종교의 가르침마저 역사 속 유물처럼 여기는 오늘날, 수도사의 일상이 어떤 의미가 있
을까? 그 삶의 방식이 주는 함의는 무엇일까? 현대인들은 세속의 성취와 영광을 갈망하고 경배하지만, 그 욕망이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담보하지는 못한다. 오히려 절제되지 않는 욕망 추구가 자신의 자유를 얽어매는 올무가 될 수 있다. 수도사의 일상이 재현하는 가치를 단순히 거룩, 경건, 겸손 같은 종교용어로만 표현할 수는 없다. 그 가치는 잃어버린 교회의 시간, 하나님의 일이 무엇인지 되짚어 보는 데 있다. 종교의 쓰임새가 욕망의 부추김을 정당화하는 데 있지 않고 멈추어 서서 되돌아보는 데 있음을 보여 줄 때, 수도사의 일상은 회랑에서 걸어 나와 우리에게 말을 건네기 시작한다.
이 수도회 운동들은 종교가 혼탁했을 때 자정을 위해 아래로부터 생겨나 불꽃처럼 시대정신을 이끌다가 독한 연기를 뿜으며 사그라졌다. 마지막 모습은 유사했다. 개혁 주체가 개혁하려던 대상과 똑같아지고 말았다. 오늘날에도 한 개인이나 조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반복되는 패턴이다. 여기에서 던져야 할 물음은, ‘그들이 왜 끝자락에 타락했는가?’가 아니라 ‘시대정신을 담아낼 새로운 수도회 운동이 생성되고 있는가?’이다. 수도회주의는 급진적인 그리스도교다. 급진성에 지속 가능성의 짐까지 지우는 것은 지나치다.
언제나 그렇듯 가장 이상적인 입장은 현실에 적용하기는 곤란할 때가 많다. 급진적인 만큼 현실화가 불가능해
보였다. 그럼에도 이 급진적인 주장에서 끄집어내야 할 가치는 충분히 있다. 사도적 청빈의 핵심은 재산 소유 여부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교회가 이 땅의 일, 세속의 일에 대한 권리와 권한을 포기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프란치스코회와 도미니코회 등 탁발 수도회는 교회가 재산을 포함하여 세속의 권력 등 모든 소유를 포기하는 것을 살길로 제시했다. 포로로 끌려간 유대인들이 바빌론 강가에서 고향을 그리며 노래를 부른 것처럼, 아비뇽 유수기의 교회는 사도 교회가 잃어버린 가치가 무엇인지 돌아보아야 했다. 탁발 수도회는, 교회에 주어진 부와 권력을 자발적으로 포기하고 낮은 자리로 내려가는 것이 교회가 걸어가야 할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 땅에서 교회가 가진 힘을 포기하는 일, 그것이 사도적 청빈의 핵심이다. 때로 주장 자체가 극단적으로 비화되기도 했지만, 중세 말 내내 사도적 청빈 논쟁이 이어졌다는 사실은 그만큼 교회가 지향할 본질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는 방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