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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근방 가재골

가을 근방 가재골

홍신선 (지은이)
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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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근방 가재골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가을 근방 가재골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1897197
· 쪽수 : 114쪽
· 출판일 : 2022-05-20

책 소개

파란시선 98권. 홍신선 시인의 열한 번째 시집. 젠가부터 두드러진 형세와 윤곽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불가(佛家)의 상상력이 그 전체를 아우르는 예술적 성좌의 빛살로 쏟아져 내린다. 세상의 온갖 사물들에 감춰진 광명변조(光明遍照)의 자취를 보고 듣고 어루만지려는 심상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매화 곁에서 – 11
초열의 나날들에서 – 12
이 낙화 세상을 만났으니 – 14
봄비 소리에는 – 16
가을 새벽 잠 깨어 보면 – 17
막돌도 집이 있다 – 18
내 안의 절집 – 19
송뢰를 듣다 – 20
신 우공이산 – 21
나의 독도법 – 22
산역 있는 날 – 24
가을 항아리 – 25
두어 닢 그늘을 깔기까지는 – 26
블랙아웃에 관하여 – 27
거미줄 – 28

제2부
터앝을 읽다 – 31
도시농부 – 32
죄의 빛깔 – 34
열매를 솎으며 – 35
낙과를 보며 – 36
숨어 사는 뜻은 – 37
처서 뒤 나그네들 – 38
가을 근방 가재골 – 40
눈 개인 아침 – 42
김장을 하며 – 43
지는 장미꽃 앞에서 – 44
까치집 겨울 한 채 – 45
늦가을 잔디밭에서 – 46
호모사피엔스 – 47
내 공명(功名)은 – 48

제3부
퇴락한 꽃 – 51
도처가 살 만한 세상이다 – 52
다시 세상을 품다 – 54
가을 난민 – 55
코스모스 꽃 피다 – 56
촛불은 어떻게 꺼지는가 – 58
포장 박스 한 장 – 60
가을 기부 천사 – 61
캐나다 단풍나무 – 62
가을이 붓 한 자루 쥐고 – 63
가을 하늘은 – 64
낙발 한 올 – 65
골 깊은 계곡엔 – 66
술래잡기 – 68
즐거운 유희 – 69
대야미역 대합실에는 – 70

제4부
어느 것이 본래면목인가 – 73
새벽 고요는 – 74
절집의 가을 – 75
몸, 덧없는 몸 – 76
삭발 – 77
낮달이 뜨는 방식 – 78
마음이 짓는 일들 – 80
갈대는 왜 웃는가 – 82
도깨비바늘을 보며 – 84
적막과 한때를 – 86
수선화는 걸레질을 한다 – 87
이른 봄 풀싹에는 – 88
소명(召命) – 89
손에 관한 명상 – 90
Epitaph – 91

해설 이찬 ‘두두물물 화화초초(頭頭物物 花花草草)’와 더불어 사는 일 – 92

저자소개

홍신선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44년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났다. 1965년 [시문학] 추천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서벽당집] [겨울섬] [삶, 거듭 살아도](선집) [우리 이웃 사람들] [다시 고향에서] [황사 바람 속에서] [자화상을 위하여] [우연을 점찍다] [홍신선 시 전집] [마음經](연작시집) [삶의 옹이] [사람이 사람에게](선집) [직박구리의 봄노래] [가을 근방 가재골] [향내 한 점], 산문집 [실과 바늘의 악장](공저) [품 안으로 날아드는 새는 잡지 않는다] [사랑이란 이름의 느티나무] [말의 결 삶의 결] [장광설과 후박나무 가족], 비평에세이집 [하프를 잃은 시인들], 저서 [현실과 언어] [우리 문학의 논쟁사] [상상력과 현실] [한국 근대문학 이론의 연구] [한국시의 논리] [한국시와 불교적 상상력]을 썼다. 서울예술대학, 안동대학교, 수원대학교, 동국대학교 교수를 역임했다. 녹원문학상, 현대문학상, 한국시협상, 현대불교문학상, 김달진문학상, 김삿갓문학상, 노작문학상, 문덕수문학상, 이형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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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이 낙화 세상을 만났으니

몸을 열면 깊은 강물이 들여다보이던
꽃 만개한 벚나무가
기어이 거품 부글대는 출렁이는 물결들을 정신없이 쏟고 섰다.

바람 한 오라기 없는 공중에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어깨 부딪치고 때로는 누군가의 등판 짚고 뛰어오르기도 하며
웬 억하심정인지 무슨 앙숙인지 섭섭한 속내 깊이 삭이는 건지
땅 위에 닿도록
지는 꽃잎들 태허 정적인 양 일체 기척 없이 내려앉는다.
두두물물(頭頭物物)이 제 나름 모두 속뜻이 있거니
두어라 적막도 하나의 소리이고 전언이니
전언이 자욱이 깔린 저 허공,
허공을 쥐어짜 이 마을에
뜻 오독한 문장을 내걸고 있는 나는 누군가.

일철 돌아오며 빈 전가(田家)에서
이 낙화 세상을 만났으니 나는 홀로 나를 만나
벚나무 몸 안의 범람하는 강물 소리를 진종일 듣는다 ■


도시농부

수동식 무동력 관리기에 쟁기날을 바꿔 달고
터앝을 간다. 뒷걸음질치다 물컹 기억 하나 밟는다.
멍에 지워 밭갈이하던 그 시절 소 대신
이랴어더뎌 이눔의 마음아
겨우 마음이나 앞세워 고삐 당겨 몰며
나는 된힘으로 갈아엎는다.
갈다가 옆으로 넘어지면 쟁기 다시 일으켜 제 고랑에 세운다. 보습밥이 얕게 쏟아지면 다시 몸을 얹어 깊이 갈아엎는다. 더러는 무릎 꿇고 헐거워진 나사를 조인다. 그렇게 멍에 지운 마음을 깊게 얕게 밀고 간다.
설익은 밭갈이에 세월 쏟아붓는
이 집중된 울력을 어떻게든 나는 길들여야 한다.
누가 농사와 선(禪)이 둘이 아닌 하나라고 했는가.
한나절 갈아엎다 보면
일체 잡념들 흙밥에 깊이 묻히는데
위 평전(平田) 아래 평전 거기
그냥 올해도 빈 허공이나 한철 내내 가꾸고 키워야 되리라.
시와 농사가 하나라고
뒤엎은 생흙에서는
영문 모를 습작의 풋내가 끊임없이 떠돈다.
보습 날에 뽀드득대며 말 한 줌 곤두박질로
흘러내리는 소리. ■


도서 정보 제공 : Yes24(www.yes24.com), 알라딘(www.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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