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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1897395
· 쪽수 : 164쪽
· 출판일 : 2022-11-01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부족하나 불평 없기를—프롤로그 – 11
제2부
시 11 – 17
열외 – 18
작은 상자 – 20
백 년 동안의 고독 – 22
지나간다 – 24
오토 컨베이어벨트 – 26
입장의 차이 – 28
평균의 맛 – 30
거미 – 31
격리 – 32
증발 – 34
중년 – 36
죽전(竹田) – 38
제3부
야생 – 45
꽃을 버리고 걸었다 – 48
DMZ, 미루나무의 시간 – 50
삼립 뗏목 – 52
벌레들이 사는 집 – 54
그러니까 – 56
그림자 낚시꾼 – 58
밥과 싸우다 – 60
운심리 – 62
전쟁기념관에서 – 64
토마토 다섯 알 – 67
붉고나 – 68
겨자씨 속의 구월 – 70
밥값, 연장값 – 72
한 잎 위에 누워 – 74
진달래꽃을 두고 가네 – 76
제4부
농담처럼 – 81
가면이 필요한 때 – 82
함박눈 내릴 때마다 – 84
탄생 – 85
롱롱 파이프 – 86
눈 좀 떠 봐요 – 88
가죽 – 89
말 이야기 – 90
탈춤 – 92
육친 – 93
용서하지 마라, 각자도생 – 94
무화과나무 – 96
콩의 자식들 – 97
허리 고마운 줄 몰랐다 – 98
집 – 100
제5부
물고기 풍경 – 103
별이 보고 싶다 – 104
세 개의 기타가 있는 마루에서 – 106
수수꽃다리 – 108
냉이 방울 – 110
깨트릴 수 없는 것 – 112
아카시아나무에게서 들었다 – 114
차표 있습니다 – 116
모든 첫날은 뒤척인다 – 118
얼굴의 저녁 – 120
수원 – 121
현장 – 124
나비나사 실종 사건 – 126
새벽의 행렬 – 128
촛불을 켜 보세요 – 130
기억이 기억하게 – 132
제6부
지금—에필로그 – 137
해설 고봉준 실존의 건축술 – 143
저자소개
책속에서
거미
거미를 좋아하지 않는다. 거미를 좋아할 이유는 열 가지도 넘지만, 싫어할 이유도 그만큼은 된다. 거미 눈과 내 눈이 딱 소리 나게 마주친 적이 있다. 땅거미였는데, 두 눈이 딱 소리 나게 마주친 거다. 거미도 나도 얼어붙었다. 초점과 초점 사이에서 불이 일었다. 푸른 불꽃이었다. 내가 먼저 초점을 옮겨서 불꽃을 거두었다. 그제야 땅거미가 움직였다. 한 마리가 아니었다. 한 마리의 땅거미가 움직이자 그에 딸린 대군이 움직였다. 걸음아 나 살려라가 아니었다. 서열별로 한 줄 종대를 이룬 그대로 보폭을 맞추며 줄줄이 따라갔다. 그 이사가 그렇게 아름다웠다. 거미 눈이 밝고 맑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
별이 보고 싶다
율(律)이 밤일 때 눈을 떴다
낯선 두근거림으로 넝쿨이 자란다
깊은 내 안에서 숨 쉬고 있는 누군가
이름을 주기 전부터 같은 율을 타고 있는 누군가
젖지 않은 율로 하모니를 만드는 누군가
불타는 율을 끌며 혜성으로 사라지는 광경이
아름다워서 떨었다, 또 다른 율이 숨바꼭질로 연달아
또 다른 율을 태어나게 하였으므로
헝클어지며 출렁거리며 내려오는 넝쿨 도르래
젖은 율을 말리며 걸터앉아 부르는 노래
모두 가난하였으나 자연 그대로의 율은
서로 공명하며 우주 율을 연결해 놓는다
율의 인드라망 모두 재 되기 전에 말 걸어 보자
소리 내어 부탁하지 않아도 새로운 율들 태어나지만
태어나는 율이 한꺼번에 사라진다 해도
우주 안의 율은 변함이 없다
그때까지의 카오스
카오스의 연속
불꽃놀이처럼 포탄이 터지는 전선을 벗어나서
모깃불 연기에 매운 눈물을 훌쩍이며
삶은 감자를 나누어 먹던
피난지 언덕의 별밭
전쟁은 끝났으나 평화는 오래도록 오지 않았다
폐허 위로 인공의 율들 우후죽순 돋아났고
오염되는 속도보다 빠르게, 우주의 율이 죽어 갔다
별이 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