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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세 뼘 옆에서 책을 읽습니다

그는 세 뼘 옆에서 책을 읽습니다

최윤정 (지은이)
파란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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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세 뼘 옆에서 책을 읽습니다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그는 세 뼘 옆에서 책을 읽습니다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1897906
· 쪽수 : 150쪽
· 출판일 : 2024-11-15

책 소개

최윤정 시인의 세 번째 신작 시집으로, ?조약돌? ?은점까지 사라지기 전에? ?장작? 등 50편이 실려 있다. 이 시집에는 늘 처리될 수 없는 감정과 욕망이 남아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러한 감정과 욕망은 우리가 마주한 이 시집에서 기묘한 아름다움이 피어나는 자리이기도 하다.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슬픔의 생략
조약돌 – 11
그저 그런 낮 – 14
은점까지 사라지기 전에 – 16
포럼 – 18
빈 강의실 – 21
열쇠꽃 – 23
방이 된 사람 – 26
빛의 곡면 – 29
그는 세 뼘 옆에서 책을 읽습니다 – 31
무릎을 구부리고 – 33
펀칭기 – 37
슬픔의 생략 – 39
공터는 자꾸 졸립다 – 41
고무공은 자꾸 졸립다 – 43
해변의 책 – 46
무심한 빛 – 48
머그잔 – 51

제2부 작고 가벼운 믿음
소하식당 – 55
개구리 스티커 – 56
공명 – 59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 61
가마삼거리 – 63
민자와 유리병 – 65
아보카도 – 67
청명 – 69
짧고 긴 빛 – 71
사라지지 않는 것 – 74
아크(Ark) – 78
블루베리는 감정 – 80
밤의 고막 – 82
기억은 손전등마다 다른 씨앗으로 – 85
남겨지는 것 – 87
그는 세 뼘 옆에서 책을 읽습니다 – 90
굴절 – 92

제3부 밤의 회복실
지금 이곳은 안개입니다 – 97
트랙을 가진 조약돌 – 100
그는 세 뼘 옆에서 책을 읽고 있습니다 – 103
장작 – 105
무심코 – 107
근친 – 110
북쪽은 지금 눈입니까? – 112
낮에 쓰다 만 시 – 114
봄밤 – 116
미립자 – 118
슬픔의 배열 – 121
해변 바이브 – 123
밤의 회복실 – 125
새장과 고무공 – 127
좋은 징조 – 129
밖에서 밖으로 – 131

해설 임지훈 아름다움이 태어나는 자리 – 133

저자소개

최윤정 (지은이)    정보 더보기
2014년 [작가세계]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공중 산책] [수박사탕 근처] [그는 세 뼘 옆에서 책을 읽습니다]를 썼다.
펼치기

책속에서



조약돌
아름다움 중독증을 가진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상자에 질문지를 넣고 뚜껑을 덮습니다
궁금한 채로 남겨 두기로 합니다

아름다움 중독은
잠수하기 직전의 수련 낯빛 스치는 붉은 기를 놓치지 않습니다
조약돌의 줄무늬처럼 한꺼번에 숨을 들이키고 물속으로
사라지는 맥박까지 붙잡습니다

물살로 얼룩진 조약돌을 함께 넣었지요
가짓빛 얼룩은 꽃 피지 않고
자라지 않지만 아름답습니다

마음이 펄럭이지 않는 저녁이면
대답이 없을 상자를 두드려 봐요
줄무늬 조약돌에게 해 줄 말은 남아 있지 않지만

골목길 가등처럼 깜박거리면서
평생을 기다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끝을 묻기도 전에
막다른 길목에서
미래의 갈피를 뽑아 버린 날

바늘 꿈을 꾸었어요
손가락들 깊숙이 꽂혀 있는 바늘을 뺀다고
아프거나 시원함은 없었지만 작은
핏방울이 손가락마다 남았어요

닦지 않은 핏방울이
검은 나방이 되어 날아가는 순간에도 아프거나 시원함은 없었지만 아름다웠습니다

나는 이제 같은 꿈을 꾸지 않습니다 소천하신 아버지가 오셔서
같이 가자는 말에 고민하지 않습니다

그의 마음이 더 이상 궁금하지 않을 즈음
혼자 앉아서 상자를 마구 흔들었어요
거센 파도 소리에 맞춰
맘이 제각각 펄럭이는 날

조약돌은 말이 없었고
여전히 아프거나 시원함은 없었습니다

다만 일그러졌다가 팽창하는 상자 쪽으로
혹은 바람 쪽으로

낯선 주파수를 맞춥니다


은점까지 사라지기 전에
유리 꽃병에 담긴 물이
잘린 줄기의 단면을 보여 줄 때

줄기는 가끔 안쓰럽습니다

물러진 단면은 지독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지만
읽히지 못한 채 부서져 버리니까요

투명한 공기를 헤치고 은점표범나비가 날아갑니다

반투명 노랑은 치명적이죠
은점이 날개 위에서 반짝거릴 때

멈춰진 자전거의 세계를 훔칠 듯 다가와서
선잠에 빠진 거울 속으로 날아갑니다

반투명에서 불투명으로

가방은 그를 데리고 노랑 지붕 옥탑방으로 날아갔을까요

짝짓기를 위해 하늘 높이
은점까지 투명해지기 전에

그가 거울 밖으로
저녁 물안개 속으로
실마리 없는 물뱀처럼 미끄러집니다

미지근한 바닥으로 노랑은 흘러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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