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사진 > 사진집
· ISBN : 9791192023120
· 쪽수 : 64쪽
· 출판일 : 2026-04-26
책 소개
목차
기차역
빛의 폭발들
우리는 달아나려는 바로 그것을 향해 달아난다
평범함의 비범성
의미의 과잉
노출
침묵의 증언
에너지 악몽들
쓰러진 나무들
아나파에서
벽 위의 그림자에서 종이 위의 흔적으로
위험
식물 표본이란 무엇인가
방사능의 수많은 사후 생명
체계가 붕괴하다
체르노빌, 장소와 단어
낙진
귀향의 꿈
식물은 여전히 길을 가리킬 수 있을까
사르코파구스, 육체를 삼키는 묘비
아나파-체르노빌
접근 금지 구역과 예외 상태
방사능의 불
타임캡슐
심연이 심연을 부른다
감각을 회복한다는 것... 의미를 되찾는다는 것
세계의 끝 이후에
숭고한 아름다움
헌사
반감기, 생의 반, 반으로 잘린 삶, 삶의 (또 다른) 절반
책속에서

1986년 4월 26일이다. 나는 모스크바에서 아나파(Anapa)로 향하는 침대칸 열차에 타고 있다. 북서쪽으로 약 80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것이 바로 사건(Event)의 진정한 의미일 것이다. 사건은 우리가 그것을 알아차리기 전에 일어난다. 다시 말해,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일어난다. 그것은 사물 그 자체 안에 갇힌 채 일어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포함하고 우리를 자신의 집합 속으로 끌어들인다.
인간의 언어가 추상적인 기호 속에 사물을 가두고 박제하려 든다면, 식물의 해석은 어둠을 뚫고 뻗어 나가는 뿌리의 궤적이나 빛을 향해 비틀리는 줄기의 각도 그 자체로 서술되는 구체적인 존재론이다. (...) 성장하는 식물은 그 자체로 자신 바깥을 향해 나아가는 이중의 운동을 수행한다. 싹을 틔우는 순간부터 식물은 이미 자신을 벗어난 존재다. 식물의 삶은 단순히 노출된 ‘상태’가 아니라, 노출 그 자체이며 외부성, 곧 바깥으로 향하는 존재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