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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2079806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23-07-20
목차
시인의 말
1부
이별 사육사
아무것도 아니다
민들레
아버지의 저울
아지랑이를 신고 오시네
어버이날
돼지머리 성전
막차가 지나갔다
해바라기
먹지에 그린 집
고요는 간절하다
빛은 어디에서 필까?
귀울음의 겨울
2부
북채를 쥔 손
노을은 짜다
불씨를 소장하다
지나칠 수 없는
벌은 날개로 운다
아침을 여는 소리
탐색
비밀
죽음은 낯설다
주소 없이 적는다
풍경
묻지 마세요
목련은 필까?
천연덕스러운
3부
병천 오일장
느닷없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꽃 떨어질 때
농사
달 뜨면 가야지
세상은 환하다지만
없는 강을 건너는 아이
사납기 그지없
바다
개구리 우는 밤
가시
바람이 분다
부릅뜬다
4부
시작
만년필
벌에게 신세를 지다
귀 밝은 나무
빗물이 고였네
절망이거나, 간절이거나
부메랑
제 3의 눈
턱 받치는 여자
얼음 동굴
폐그물
저녁 숲에 들어
눈물
집 터
해설
낯선 시선과 압축된 비유가 주는 즐거움 | 공광규(시인)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별 사육사
길 떠나는 까닭을 다 아는 어미소
흰자위 가득한 눈자위로 날뛰다가
김 펄펄 나는 혓바닥으로
새끼 등짝에 촘촘히 적어두는 이별사가 길다
느닷없는 배앓이의 밤처럼
앉지도 눕지도 못하는 송아지 곁으로
새들이 날아들었다, 날아갔다, 또다시 몰려든다
헌 신발짝처럼 벗어 놓은 코뚜레
외양간에 가득한 저것이 슬픔의 냄새라면
발버둥으로도 지울 수 없는
끊어 낼 수 없는
산목숨들의 모진 흔적
뒤꿈치 들고 내다보는
어미 떠난 길이 제 길인 줄 모르는
저 어린 것
쓸어줄 수도 없고 같이 울 수도 없어
풀더미나 뒤적이는
나는, 이별 사육사
꼬리 긴 울음쪽을 마냥 바라본다
민들레
탯줄 젖은 새끼에게
제가 가진 것 중 가장 부드러운 혀를 대지만
외양간 밖으로 나간 제 새끼를 부를 때는
커다란 눈에 흰자위만 보인다
뒤축 닳은 오빠의 신발이 집으로 돌아온 날 보았던
엄마의 눈이 그랬다
움켜쥔 흙으로 오빠를 덮던 저녁
어둑한 부엌에서 그 손으로 밥을 지었다
봄 햇살에도 잘린 가지에는 새순이 돋지 않듯
엄마의 가슴에는 잎새가 돋지 않았다
들녘의 꽃들이 곱고 예쁘지만
엄마의 계절에 새순 돋는 봄은 없다
뒤란 감나무 가지로 낯익은 바람이 지나갔다
먹지에 그린 집
텃밭 일구던 아버지를 기억하는 감나무 옆으로
젖니를 받아먹던 지붕도 늙어간다
수시로 집을 짓던 거미
귓속말까지 물어 나르던 참새, 생쥐 바글거리던 옛집을 그린다
감나무에서부터 시작된 흉년
딸 여섯에 아들 하나
성글게 열린 열매는 실하다던데
잎새만 무성하고 땡감으로 떨어졌다
꼭지 무르고 땅에 떨어지기까지의 먼 길
시퍼런 그림자가 몸집을 불린다
삭지 않고 꺾이지 않는 가지
숨구멍 같은 줄기까지 놓치지 않고 그리는데
캄캄한 그늘을 색칠하는데
자식을 놓친 감나무
눈을 감지 못하고 껍질 툭툭 터진다
감나무 단풍 붉고 붉고 또 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