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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한국정치사정/정치사 > 제3공화국/제4공화국
· ISBN : 9791192101125
· 쪽수 : 344쪽
· 출판일 : 2022-05-25
책 소개
목차
10장 판검사·변호사 휘어잡은 안기부
11장 가봉 방문 ‘전두환 암살’, 김일성이 말렸다
12장 버마 폭탄 테러 넘어서니 중국이 성큼
13장 노태우·장세동·노신영, 링에 오르다
14장 김일성 만나랴, 대학 시위 막으랴
15장 단말마로 치닫는 ‘몽둥이 정권’
16장 살인 권력에 맞서는 레지스탕스들
17장 설익은 정치 공작 제 무덤 판 장세동
18장 노태우 총선서 지고, 안무혁 떠나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검찰도 역사적인 치욕을 당했다.
담당 검사와 부장검사 등 2명이 파면되고 이창우 서울지검장과 조용락 남부지청장이 지휘 책임을 지고 면직되었다. 이창우 서울지검장은 농장을 경영하다가 1990년에야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고, 조용락 남부지청장도 1983년 곧바로 변호사 사무실을 내지 못하고 84년에야 개업할 수 있었다.
안기부의 진짜 표적은 ‘검찰’이었다.
안기부 보고서는 1983년 2월 12일, 외화 밀반출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의 부당 사항에 대해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 결과는 검찰 수사를 완전히 뒤집는 것이었다.
안기부는 검찰이 ‘돈 없는 서민은 학대 가혹 고문 행위’를 하고 ‘돈있는 범법자는 우대’하여 일부 피의자들에게 물고문하고 구타한 데 반해, 이경자 등에게는 지나친 특별 대우를 베풀었다고 비난했다.
엄상익 변호사의 이어지는 기록.
“법정에서 전두환 정권에 반대하는 피고인들은 판사들을 향해 그들의 ‘민주주의 정치철학’을 당당하게 설파했다. 방청석에서는 운동권 가요가 울려 퍼졌다. 재판을 받던 운동권 출신들은 갑자기 신고 있던 검정 고무신을 벗어 법대 위의 판사들에게 날렸다.”
그런 때면 판사들은 번개같이 몸을 날려 뒤쪽의 쪽문을 통해 도망가기 바빴다.
그처럼 난장판이 된 법정을 두고, 한 젊은 판사가 엄상익 변호사에게 심정을 털어놓았다.
“운동권 피고인을 재판할 때 들어보면 그 말들이 맞는 것 같아요. 나는 법 교과서에만 매달려 공부하느라고 사회도 제대로 보지 못했고 정치에 대해서도 인식이 없었어요. 그렇지만 나는 현실의 사법부 조직과 실정법에 묶여 있는 몸이죠. 그들이 옳다고 생각해도 어쩔 수 없이 형(刑)을 선고해야 해요. 그러면서 언제 고무신짝이 날아올지 눈치를 봐야 해요. 모멸감이 들면서 내가 판사가 맞나 하는 회의가 들었습니다.”
8월 29일, 외무부를 출입하던 동아일보 정치부 김충식(필자) 기자는 그날 오후 정부종합청사 8층에서 긴장된 표정으로 종종걸음치는 사람을 보았다. 장기호 동북아시아과장(나중에 이라크대사를 역임하고 퇴역. 근래에는 교회 목회 활동)이었다. 폭격기 사건 담당 과장이 허둥지둥 다니는 데서, 뭔가를 직감하고 장 과장에게 물었다.
“그거 발표하는 거요? 오늘?”
장 과장은 고개만 끄덕이고 사라졌다. 추가 취재 끝에 정부의 공식 발표가 임박했음을 확인했다. 필자는 미주국장 부속실에서 전화로 기사를 송고했다.
정치부장 이상하는 “중공 폭격기의 승무원 송환 발표가 오늘 오후 3~4시에 있을 것”이라고 이채주 편집국장에게 보고했다. 곧 발표가 예정되어 있다는 보고이니, 서울 시내 지역에 배달되는 2판에 실어도 무방할 것 같았다. 2판 1면 중간 톱으로 ‘중공기 조종사 대만 보내기로’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정부는 생존 2명에 대한 신병 처리를 29일 오후 발표한다. 조종사는 국제법상의 ‘망명자’로 간주해 대
만에, 통신사는 ‘재난 상륙자’로 보아 중공에 보낸다.” 하지만 외무부에서는 공식 발표가 나오지 않았다. 부산과 광주 등 지방으로 배달되는 3판 제작을 끝내야 하는 오후 7시까지도 소식이 들어오지 않았다. 이채주는 얼핏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지방에 가는 3판에서는 그 기사를 뺐다.
그 무렵, 안기부 직원 몇이 동아일보사 정문에서 어슬렁거렸다. 그들은 편집국장 이채주, 정치부장 이상하, 정치부 기자 김충식을 찾고 있었다. 일부는 편집국으로 올라와 이채주, 이상하가 어디에 있느냐고 소리쳤다. 김 기자는 당분간 피신하라는 선배들의 충고를 듣고 귀가하지 않고 친구 집으로 갔다. 한 달 전에, 학원안정법 특종 보도로 안기부 지하실에서 치도곤을 당한 김지영 기자의 선릉 부근 아파트로 가서 잤다. 고문에 견디는 법도 알아둘 겸 해서 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