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김장
난쟁이 그리고 에어컨 없는 여름에 관하여

해설 : ‘불과한 것들’ 쪽으로(노지영)
작가의 말

할머니가 올해는 팔이며 허리가 아파 혼자 김장을 할 수 없다고 했다며 엄마가 덧붙였다.
“외가를 통틀어 회사고 가게고 아무데도 안 가는 사람은 너네뿐이다.”
별수 없이 동생과 내가 가겠다고 했다.

나는 자꾸만 내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서 연속으로 벌칙을 받았다. 마지막 벌칙은 폐가 뒤쪽에 있던 창고에 다녀오는 거였다. 가기 싫어서 울었는데도 언니들과 오빠들은 내 등을 떠밀었다.

나는 삼촌의 장롱에서 앨범을 꺼냈다. 거기엔 삼촌의 고등학교 시절 사진들이 있었다. 삼촌도 이렇게 어릴 때가 있었다. 삼촌은 우리집에 살면서 공부를 해 기관사가 되었다. 그러나 하루 동안 사람을, 자살하려는 사람을 세 명이나 쳐버렸다. 그전엔 꽤 웃기는 사람이었는데 그날 이후로 말이 없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