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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2333236
· 쪽수 : 172쪽
· 출판일 : 2022-08-31
책 소개
목차
1부 빈 채로 모여 있을 물통들
어제는 이름이 없는
나의 밤은 오랫동안 불면이라
밤은 누군가의 역
지나간 시간이 돌아오라고 하니
처음의 노래로 돌아가려 하네
누가 처음 어린 연인이 되었을까
보이는 것은 뜨거워지지 않는다
누구나의 혀
우편의 눈
게스트 하우스
여행지에 두고 온 가방이 있다
치타공
판
2부 아무도 읽지 않는 글자의 빛깔
암점
리듬
계시
시간의 현수막
테레시아스
몸이 곧 예언이니
사막의 시
세기
세기 2
세기 3
세기 4
세기 5
3부 모두가 떠난 곳을 살아내는
페이퍼 컴퍼니
회전초
집비둘기
어떤 명절
손톱에 톱니가 생겼다
먼지
케이블
빌라
가맹점
오늘의 기상 예보
스트리트 북
공중도시
상자도시
마트
반집
4부 텍스트
무력의 텍스트
그날의 텍스트
수의 텍스트
레시피
신의 텍스트
해부의 텍스트
부록의 텍스트
필사자
번역가
물고기 텍스트
스물은 욥
교환과 교환수
주주를 찾아서
모두의 텍스트
바깥의 시작
해설
바깥의 길목에서
-정재훈(문학평론가)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의 밤은 오랫동안 불면이라
그대의 곁을 떠난 적이 없었네
다만 음성으로 오는 순례의 신호들이여
소리는 견뎌 온 세계로 삶의 무게를 견디는 것이니
밤이여 우리가 서로를 일으키는 무게였구나
그때에는 밤의 길을 따라 걸으며 모르고 있었구나
우리 스스로 깃들었네 길들의 바닥이여
이렇게 밤은 우리의 몸을 얻었구나
-「나의 밤은 오랫동안 불면이라」 부분
게스트 하우스에서 내 얘기를 들은 여행자들은 도대체 누가 물통 같은 걸 훔쳐 가냐고 의아하게 생각했다. 나는 대답들을 들을 때마다 어떤 목마름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게스트 하우스」 부분
늦여름 새벽, 새벽마저 첫차를 기다리는 정거장에 서서 뒤돌아보니 그늘막 속 희미하게 밝아 오는 자리에 앉아 있는 시간이 보였다 시간은 침묵하고 있었다 아니 침묵이 시간을 펼쳐 두고 있었다 그사이 마스크를 올려 쓴 몇몇 사람들이 정거장에 왔다 그들은 익숙하다는 듯 침묵에 귀를 기울이며 점멸하는 정거장의 안내판에만 가끔씩 눈길을 주었다 그늘막 뒤편 포도밭에는 줄지어 영그는 포도송이가 무심하게 가지런했다 농익은 포도 향이 시간의 침묵으로 스며들었다 포도알처럼 무슨 말인가 하고 싶었지만 하려는 말이 무언지 알아채기 전에, 환하게, 아침은 오고 버스는 승객들을 태우고 떠났다 정거장에는 현수막만이, 아침 햇살 속에 색이 바랜 글자들을 펼쳐 두고 남겨졌다 아무도 읽지 않는 글자의 빛깔을 더듬으며 여전히 시간은 그 자리에 있었다
-「시간의 현수막」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