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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2333571
· 쪽수 : 148쪽
· 출판일 : 2023-01-09
책 소개
목차
1부 너를 보니 먼지가 수북해 오늘은 어때
이를테면 반품
무등의 화가
안락의자
사계에 대한 아포리즘적 정의
초긍정의 힘
잠의 접시
편도선 유감
햇빛 꼬집다
해탈문 앞에서
소음의 탄생
어제처럼
2부 골목길 끝 하늘 구겨 넣은 집 한 채
그늘마저 나간 집으로 갔다
기억에서 매몰되던 그 집
집 없는 집에서 살던 날의 단상
암자에 오르다
그 집에서는 잠만 불러들였지
유년의 집
장작불이 짓는 집
아늑한 집
야구장에서 집을 생각하다
집으로 가는 중
그 집
빠른 집
3부 북적북적한 사람들 사이 파닥거림
北과 book
악마의 얼굴을 보았다
책의 화형
마감 시간
무서운 입
이런 전쟁 또 있을까
온기만 남아 있어도
철의 노래
낡은 운동화
뒤셀도르프의 그림자
아카시아 이파리
4부 길을 가다 막힌, 길 끝에서 만난 일상
오후의 호수
오르막길
위장의 미학
어느 화초 앞에서
바닥
거짓말
간장의 이면
소리 잃은 피아노 방에 머물다
샤워호스
5부 너 지친 거니 가슴에 솟구치는 그 무엇
눈 없는 것들 어디로 갔을까
닻
의자의 해석
봄에 드는 생각
시계
열대야
일상의 기록
난을 키우며
바람 빠지는 일
거짓말
해설
새로운 삶의 방식을 모방하는 일
—이병국 (시인)
저자소개
책속에서
모두들 흔들리지 마라고만 말하네
누군들 흔들리고 싶은 사람 있을까
지금까지의 삶은
세상으로 인해 흔들렸다기보다
내 안의 무언가가 나를 흔들었기 때문이다
물여울이 일면
그 파장이 삽시간에 주변으로 퍼지는 것처럼
삶의 파동들은 자주
나를 심하게 흔들어댄 것 아닐까
되레 흔들리지 않기 위해
어느 날 집에 흔들거리는 안락의자 하나 들여놓았다
누가 말해 준 것 아닌데
안락의자에 앉아
꾸준하게 흔들거리며
낮 동안 흔들거리지 않기 위해 조여 놓았던,
몸과 마음에 박아 뒀던 나사들을 빼낸다
집 밖에서는
흔들거리지 않기 위해 온 힘으로 버팅기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드라이버로 나사를 풀듯
조였던 나를 푸는 것이다
눈을 감았는데도
흔들거리며 오히려 중심을 잡아 간다
-「안락의자」 부분
꽃이 얼굴 붉도록 수줍어했던 것은
대지가 겨우내 입었던 두꺼운 옷을 벗었기 때문
그늘이 움직이는 것은
햇빛 스스로 뜨거워서 몸을 뒤척였기 때문
산야에 단풍이 드는 것은
머지않아 혹한이 올 것을 알고 초록 색감을 뺐기 때문
온 세상에 하얀 눈이 내리는 것은
때 묻지 않은 사람들이 추워서 떠는 일 없기를 희망한 때문
-「사계에 대한 아포리즘적 정의」 전문
사무실 일은 폭우 때 하천처럼 넘쳐흐른다 그런데 하천을 들여놓은 나는 범람하지 않았고, 붕괴하지 않았다 파김치 돼 돌아오는 날 많아도 집에서 결코 전사할 수 없는 고행이 기다려 이를 악물고 양성평등을 실천하지 가사라는 증거를 세워야 했고, 예전에는 육아까지 해야해서 삶이 물에 젖은 이불 같았어, 마르지 않는 현재는 제법 가벼워진 일상을 조심스레 다루고 있는 중 문득 드는 생각이 있어 모두들 내일과 미래만 보려 하고 외치는데 허기진 시간에 만족하지 못해서일 거다 오늘 무슨일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풋풋했던 스무 살과 첫사랑이 봉인돼 있는 어제의 어제를 기억해 잔소리와 눈치, 투정이 비빔밥처럼 비벼져 있는 어제를 기억해 그것들만 시간의 전류를 타고 오늘로 넘어오면 감전되지 않고 불 밝힌 지금을 맞을 수 있을 거야
-「어제처럼」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