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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강원도 마음사전](/img_thumb2/9791192333830.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2333830
· 쪽수 : 216쪽
· 출판일 : 2023-04-25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프롤로그
사라져 가는 말을 찾아서
1부 강냉이밥 먹는 꿈을
가니?
강냉이밥
강릉
갈풀
건봉산
겨울방학
고향
꿈
눈꼽재기창
달그장
대굴령
대장집
두메산골
등잔과 호야
2부 속초의 북쪽 사람들에게
라디오와 테레비
말머리
무장공비
미역
방아
봄내
산불
새뿔
서캐
속초
신작로
3부 소는 가장 하기 싫은 숙제였다
영동고속도로
운탄고도
원주 흰구름아파트
일소 1
일소 2
장작난로와 도시락
전사
전화기
캠프 페이지
콩과 팥
콩마뎅이
저자소개
책속에서
기억 속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그렇게 사라진 말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표준어의 필요함을 모르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표준어에 밀려난 수많은 사투리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짠해질 때가 많다. 더욱이 그 말들이 나의 소중한 기억들과 연결돼 있을 때는 더더욱 안타깝다. 어쩌겠는가. 그게 변방에 살았던 사람들의 슬픔인 것을. 대관령 고향집을 찾아가 나이 드신 부모님이 나누는 대화를 듣다 보면 그 사라져 가는 말들이 가끔씩 튀어나온다. 나는 그 즉시 휴대폰을 열고 메모장에 그 낱말을 기록한다. 그리고 그 낱말을 오래 들여다본다. 어떤 이야기가 새어 나오길 바라며.
- (「프롤로그-사라져 가는 말을 찾아서」)
강냉이밥은 찰옥수수를 잘 말렸다가 맷돌에 타개서 지은 밥이다. 갓 지었을 때는 그나마 먹을 만하지만 식으면 영 아니었다. 꺼칠꺼칠한 게 마치 모래를 씹는 것 같다.
간사한 게 사람 입이라고 쌀밥이나 보리밥 또는 쌀과 보리를 섞은 혼합곡으로 지은 밥을 먹어 본 뒤부터는 결코 먹고 싶지 않은 게 강냉이밥이었다. 점심시간에 책상 위에 꺼내 놓는 것부터가 창피했다. 쌀밥은 아니더라도 나도 대부분의 아이들처럼 혼합곡으로 지은 밥을 도시락으로 싸 가고 싶었지만 엄마는 그렇게 해 주지 않았다. 대신 감자를 섞어서 짓거나 반찬으로 달걀프라이를 밥 위에 올려놓는 게 다였다.
- (「강냉이밥」)
그 봄날 오후 닭장으로 달려간 나는 암탉이 갓 낳은 알을 훔쳐 손바닥에 올려놓고 건넛마을의 송방을 향해 달려갔다. 갓 낳은 알의 따스함이 손바닥으로 전해졌다. 가끔 엄마가 장에 가지 않고 송방에서 알을 판다는 걸 떠올렸기 때문이었다. 알 하나가 이십 원이었다는 것도. 그렇다면 뽀빠이 한 봉과 물물교환을 할 수 있었다. 나는 좁은 언덕길을 달리고 또랑(도랑)을 뛰어넘고 널이 빠진 데가 많은 나무다리를 조심스럽게 건넜다. 그게 다였다.
나무다리를 지나 제재소 마당을 지나다가 그만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나만 넘어진 게 아니라 내 손바닥에 올려놓았던 달그알도 흙바닥에 떨어져 터져 버리고 말았다.
- (「달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