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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2557212
· 쪽수 : 532쪽
· 출판일 : 2022-08-29
책 소개
목차
서문
추천사
1편│네 꿈이 끝날 때 네 청춘도 끝난다
1부 현장 ― 전투기가 사진을 찍어준다고요?
전투기가 우 리 사진을 찍어준다고요?·22
사실은 내가 숨겨둔 아들이 있소·24
제초제는 이제 그만·27
닭똥집은 ‘닭항문’ 아니오!·29
맛있는 식사, 행복한 삶·30
잊지 못할 선물 - 나무코끼리·33
행복의 나라, 부탄 병원에 가보니·35
의과대학에 ‘의료과실 예방’ 과목을 신설하자·37
지정환 신부님이 의사들에게 남긴 말·38
저는 교수님이 싫어요·40
노 교수님의 일본인 은사 성묘·42
여성환자에게 전립선 항원 검사를 처방하다니·45
제일 당황했던 질문·47
설대위(Dr. David Seel) 원장님·49
구바울(Dr. Paul Crane) 원장님·54
주보선(Dr. David Chu) 박사님·58
아내 말은 무조건 옳다·61
초어 쓸개를 먹고 중독·64
앉아서 하다가 서서 하니까 안 돼요·67
가장 촉박한 강의 부탁·69
한 획 차이·71
헛소문·73
고마운 갑질·75
A가 F로 되었다가 마지막에는 D로 학점 순례·78
참으로 어려웠던 생명의 선택·82
딱 한 달만 더·85
박 선생은 아내도 파나요?·88
아는 게 힘이다·91
강의는 재미있게 하지 않으면 졸린다·93
Loren Field 장학금·95
내기는 즐거워·97
나는 어쩌다가 사기꾼이 되었나?·99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친절직원상·102
박 대위가 모는 차는 절대 타지 마라·104
귀하게 써먹은 군대 표창장·106
교수님, 이렇게 하시면 안 됩니다·109
비행기를 잘못 탄 세 얼간이·112
반절 의사, 반절 연구자·114
병실 주말당직보다는 하프마라톤·119
웃음에는 장사가 없다·122
수혈과 헌혈·126
사제(師弟)는 용감했다·131
스승 같은 제자 황하수 선생·134
놀기의 달인에서 해외봉사의 달인으로 ― 특별한 의사, 오충현 선생·137
2부 공감 ― 그 사람들은 부모도 없다냐?
그 사람들은 부모도 없다냐?·144
선수는 선수를 알아본다·146
유네스코에 등록이 되어야·148
추운 날씨에 따뜻했던 제주도 인심·150
비행 중 기장이 잠이 온다니·152
도깨비시장에서 천원의 행복·154
그걸 눈치 못 채고·156
음식과 문화·158
못 말리는 엄마, 할머니들·161
아버지가 남겨주신 유산·164
교토 식당 식탁에서 벌레가·167
사복 교통경찰을 만들자·168
미국에서 한복을 입은 할로윈데이의 추억·170
음주운전과 나·172
‘음주운전과 나’ 이후·177
Happy Wife, Happy Life·180
2,900만 분의 1의 확률, ‘푸스파’와의 만남·182
당신이 명품·184
교수님, 제 청 진기는요?·187
친절 이어달리기·190
정읍휴게소에서 배운 인생의 두 가지 교훈·192
장인어른의 인사법·194
세상에 하나뿐인 ‘비포장·’ 196
‘바보천치’ 아버지·199
천하에 그렇게 간이 큰 사람은 없어요·203
세 사돈 부부들의 좌충우돌 대만여행기·205
계란 프라이 한 개의 행복·208
담배 못 피우는 신병 훈련 때 금연 교육을·210
3부 세상만사 ― 브라보 마이 라이프
겨울 지리산에서 스틱 인심·214
날마다 오늘만 같아라·216
병 주고 약 준 스쿠버 다이빙·220
번지 점프를 하다·223
우정어린 산행·225
히말라야 석청 쇼크 사건·227
학생들과 함께한 지리산 졸업 여행·229
헬기 출동 달마산행 ·234
마라도에서 바람과 함 께 하 룻밤을 지 내 보셨나요?·237
아들이냐 딸이냐·239
월드컵 열기 이젠 프로축구로·242
장애우 배려 아직 후진국·245
더불어 사는 세상·248
일본은 ‘코무덤’부터 반환해야·250
내가 만난 천사·252
안전 외면한 지리산 산장의 횡포·255
비행기에 오토바이를 싣고 신혼여행을·256
비행기 회항을 막다·260
인도의 매력·262
중국 여행 중에 응급실을 두 번이나 가다니·264
나의 낙선은 아내의 기쁨·267
멀리서 온 뜻밖의 손님들 - 자네트 버거와 빌 버거·269
안중근 의사 표지석 설치와 함께 관람도 보장되길·275
2편│심장이 멎기 전, 안녕 내 사랑
1부 아름다운 사람들을 위한 기도
새 생명을 찾게 해준다는 것, 어떤 일보다 값진 일
― CBS 김현정의 뉴스쇼 화제 인터뷰·284
장기기증의 진행 절차·290
수많은 의료진 및 여러 과의 협조로 장기기증이 이루어질 수 있다·292
최요삼 효과·294
운전면허증 신청 때 장기기증 의사 표시를·296
뇌사판정 받았다면 절대 깨어날 수 없어·298
고충처리 신청서·301
장기기증은 신의 선물 나누는 것·304
장기 기증 유족·수혜자, 간접 교류라도 허용을·307
‘생명 나눔’ 장기기증 문화 확산시키자·310
뇌사자 신장이식을 받으신 환자 가족의 편지·312
여보, 당신 뼈 잘 부러진거야·313
나사로 반사·315
피스메이커·317
한 방의 남녀 두 환자·318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기적, 뇌사자 장기기증 ― 2021년 제21회 한미수필 우수상·320
2부 생명의 보시 - 뇌사자 장기기증
박배영·330, 김윤식·332, 이성미·334, 정희철·335, 이미라·336,
김대현·338, 유상현·340, 최장호·341, 정충정·342, 김일수·345
고연숙·347, 홍순영·350, 유상규·354, 이도행·357, 백승기·360
양병준·364, 김영철·368, 이승훈·369, 노정진·370, 김대선·374
정찬인·375, 김정임·381, 김일중·383, 이솔휘·385, 김예림·392
문준호·393, 정현철·396, 이근우·398, 윤소라·401, 최정진·403
김병석·404, 하이든·406, 오혜정·407, 장대곤·409, 박순이·410
이필섭·412, 이창규·413, 김현규·416, 나서영·418, 정태일·420
윤용범·422, 임춘자·423, 김용남·424, 권세철·426, 김용윤·427
김기동·428, 정형관·429, 하태월·430, 김이금·431, 조미희·434
유점례·435, 송옥이·436, 김광명·437, 정진아·440, 이강남·442
김도준·446, 김경임·448, 배경순·452, 이미라·454, 조귀자·456
이기승·458, 이준상·459, 류대길·460, 오세옥·461, 성백춘·462
남공현·463, 김매순·464, 문경민·466, 이화수·468, 황병규·470
김가온·472, 김기철·473, 김미화·474, 최해라·475, 이정화·483
박정수·486, 윤정완·490, 강봉순·495, 김영철·500, 조순례·502
김필례·504, 장재진·506, 김정숙·508, 김병수·509, 김태환·515
권인숙·516, 김현미·518, 박성진·520
타 병원에서 기증을 받아서 보내지 못한 편지·522
저자소개
책속에서
하루는 1-2년차 전공의 선생들과 같이 회진을 돌았다. 환자 침대 옆에서 차트를 보면서 뭔가 잘못된 것을 이야기하고 다음부터는 이런 것을 주의하라고 한 것 같다. 이런 일은 그 당시에 아주 흔히 일어났던 일이었다.
그런데 임 선생이 복도에 나와서는 내게 눈을 똑바로 뜨고 하는 말이 “저는 교수님이 싫어요.”하는 것이었다. 이런 말은 전공의한테 처음 들어 하도 기가 막혀서 “왜 싫은가 좀 말해다오.” 했더니 “교수님이 일년차 전공의 선생의 잘못한 것을 지적하시려면 이렇게 복도에 나와서도 얼마든지 하실 수 있는데 환자 앞에서 뭐라고 하시면 앞으로 환자는 일년차 전공의의 말은 안 듣고 교수님만 찾을 겁니다.” 라고 말하는데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쿵’ 맞은 것 같았으나 생각해보니 꼭 옳은 말이었다.
그래서 바로 “자네 말이 맞네. 내가 생각이 짧았네. 앞으로는 내가 조심할게. 말해줘서 고맙네.” 하고 곧바로 사과했다. 그 뒤부터는 나는 절대로 전공의 선생을 환자 앞에서 혼내거나 뭐라고 한 적이 없다.
바로 그날 내가 좋아했던 책 두 권을 사서 임 선생에게 선물했다. 꺼내기 쉽지 않았을 말을 해준 데 대해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었다.
지금까지 32년 동안 교수로서 내가 가르쳤던 전공의 선생들 중에서 제일 고맙게 생각하고 오히려 나를 가르친 선생님으로 기억하고 있다. “임 선생, 그때는 정말 고마웠네.”
내가 갑질을 한 적도 있었다. 교수 초년 시절에 신혼인데 신장내과를 3개월간 돌아야 하는 3년차 전공의가 인사를 왔는데 입에서 담배 냄새가 났다. 그래서 내가 “네가 만약 담배를 끊는다면 다른 전공의처럼 이틀에 하루씩 퇴근해서 집에 가서 잘 수 있는데 만약 담배를 못 끊으면 석 달 동안 집에 못 가고 날마다 당직을 해야 한다.”라고 엄포를 놓았다. 그 친구는 어쩔 수 없이 담배를 끊었다. 결혼 생활을 유지하려면 별수가 없었을 것이다. 당시에 교수의 한마디는 곧 법이었다. 이유를 물을 수도 없고 토를 달 수도 없었다. 그래서 그친구는 금단증상을 고통 속에서 극복하고 그 뒤로 이제까지 담배를 끊고 있다. 지금은 아주 내게 고마워하고 있다. 그런 나의 갑질이 아니었으면 지금까지도 담배를 피우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정년퇴직을 하는 해 그 친구가 찾아왔다. 지금은 전북대학교병원 앞에 있는 ‘함께하는내과’ 원장인데 함께 혈액 투석 환자를 보아주시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그 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이제 일 년이 거의 다 되어가는데 간호사들이 내 생일에 먹어버리기에 아까운 특별한 생일케이크를 만들어 가지고 와서 나를 격하게 감격시켰다.
요새는 이런 갑질이 일어날 수가 없다. 전공의가 당직이 아닌데 벌로 당직을 시키는 것은 인권유린으로 곧바로 인권위원회에 신고하면 이유여하를 떠나서 내가 갑질을 했다고 비난을 받고 책임을 져야한다. 군대처럼 전공의 생활도 옛날에 비하면 엄청나게 좋아지고 편해졌다고 하는데 몸은 고달팠지만 미운정 고운정이 다 들었던 그 시절이 그립다.
전통적으로 사람들은 심장에 영혼, 즉 마음이 있다고 믿고 있다. 몇 주 전 SNS에서 퍼진 “결혼식 신부가 받은 선물. 숨진 아들의 심장 소리”라는 제목의 사진이 많은 사람을 울렸다. 결혼식장에서 신부가 처음 만난 청년의 가슴에 청진기를 대고 심장 소리를 들으며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사진이다. 2년 전에 신부가 사고로 뇌사에 빠진 아들의 장기를 기증하였는데, 신랑이 심장을 이식받은 청년을 결혼식에 초대해 떠난 아들의 심장 소리를 듣게 한 것이다.
작년에는 “10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의 맥박 생생히 느꼈어요.”라는 제목의 사진이 감동을 선사하였다. 미국의 한 신부가 결혼식장에서, 강도의 총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심장을 이식받은 신사의 팔을 잡고 입장하는 장면이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미국에선 기관의 중재 아래 유가족과 이식 환자가 편지를 주고받고, 이후 2~3년 지나 서로 만나도 부작용이 없겠다고 판단되면 대면도 허용하기 때문이다. 이번 기사처럼 자식을 가슴에 묻은 아버지가 새로 얻은 자식 4명과 만나볼 수 있거나 간접 교류라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위로가 될까. 우리 병원에서도 얼마 전에 다섯 살 딸의 장기를 기증한 아빠가 “이식받은 집의 형편이 곤란하면 내가 조금 여유가 있으니 도와주고 싶다”고 한 적이 있다. 법으로 기증자와 수혜자에게 정보를 주거나 만나게 할 수는 없지만, 수혜자가 이식센터로 감사 편지나 조그마한 선물을 보낸다면 전달해 줄 수는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