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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2580180
· 쪽수 : 136쪽
· 출판일 : 2023-10-31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 5
1부 천국빛 풀빛
안나 카레니나 | 13
버려진 것들은 나무가 된다 | 14
파장罷場 | 15
소만小滿 | 16
부산 가는 기차 | 18
벽에 건 달력이 주문을 외워댔네 | 20
저녁기차 | 22
식민지의 아이에게 | 24
당신 보시기엔 | 26
흘림에 기대면 | 28
백 년 만에 도착하다 | 30
붉은 문장 한 페이지 | 32
검불다리 | 34
파종자 | 36
2부 자전거를 타고 오는 사람
다비 | 39
가을 귀가 | 40
너 간 다음의 천국 | 41
무정물에게 포개다 | 42
자전거를 타고 오는 사람 | 44
어둔리 | 46
식구들 | 48
풀꽃 사원 | 50
정체 | 52
마중물을 붓는다 | 54
초록 풀무치야 | 56
허물어지는 언덕 | 58
고 | 59
3부 과묵히 늙은 우체국 앞마당에서
흑장미 | 63
나도 봄밤의 임부였다 | 64
치명문장 | 66
차표가 없네 | 68
초록 편지를 해독하다 | 70
눈멀고 귀먹어도 | 71
배경 | 72
내 마음 속의 크리스마스 | 74
염천교를 지나며 | 76
생물 선생님 | 78
아, 직도 고웁네 | 80
그가 운다 | 82
겨울 집 | 83
용문역에서 | 84
4부 어둠을 밀어간 적이 있다
해당화 | 89
생머리 풀어헤친 희망 | 90
과라니족 여자 | 92
고모의 쌀 | 94
금 간 잔盞 | 96
우수입니다, 아버지 | 98
공책을 추억함 | 100
아버지가 있던 집 | 102
4월 경經 | 104
맨발의 춤 | 106
추 | 108
뿌리에게 | 110
초록 명주이불 | 112
환절 | 114
해설 | 성찰과 긍정의 힘이 이끌어가는 내면의 파동 | 유성호 | 116
저자소개
책속에서
대형마트 문구코너에서
전혀 작정한 적 없는 공책 한 권을 사 담은 건
또 누구 짓이었담?
고딕식 교회와 적포도주빛 지붕들의 표지
표백 안 한 호밀빵 빛깔의 속지들…, 켜켜한 시간의 질감
숙직실 무쇠솥에 죽처럼 끓인 구호품 우유,
본량국민학교 6학년 아이는 전교생 앞에 불려나가
상을 받았네
난생처음 맡아본 황홀한 이국의 향내!
눈 시린 담홍색 필통에 든 연필에서도, 지우개에서도
두꺼운 두 권의 공책 표지에는
보기만 해도 눈물 고이게 행복해 뵈는,
색종이빛 지붕의 집들
겹겹 에워싼 애들이 그랬네 야야 그게 다 미제야! 미제!
전쟁이 찢어 패대기친 어린 가지 툰드라에
홀연 켜진 요술램프!
열세 살의 소공녀* 걸어 나와, 또다시
오늘 또다시 공책을 사 담았네
― 「공책을 추억함」 전
어쩌자고
목숨 건 사랑이 불시착했느냐?
신호대기하고 있는 동부고속화도로
진입로 가에
진홍진홍 지인홍… 꽃구름 레이스
줄 놓치면 죽을까 봐
고개 한 번 돌려보지 못하고
줄줄줄 따라가는 꼭두각시들의 시대를,
열정 제거당한 허허한 저녁나절을
물끄러미 구경하고 있느냐
무엇으로 뭉클뭉클 그리 치명매혹으로 터져 나와서는
삶은 때로 혼절할 듯한 전율이다! 고
오래 커튼 내린 내 마음 잿빛 유리창
차앙! 팔매를 치고 있느냐
절정의 덩굴장미, 장미 안나 카레니나여
― 「안나 카레니나」 전문
슬픔이 아닐 수도 있겠다
기립박수의 절정 시월의 천지간이
바꿔 입을 것 없는 인생의 남루가
부석사 언저리에서라면
산짐승 들짐승 날짐승
중생들 관觀하시느라 새벽녘에도 초췌한
늙은 무량수전
아미타불 무릎 아래 백 리까지
가쁜 호흡으로
산이 산을 업고 근경 중경 원경,
오체투지, 저리 지순하게 절 바치고 있나니
실금투성이 어금니 깨물며 온 중고품 생도
가슴팍에 어깨에 비바람 맞아온 저 모퉁이
신라 천 년의 3층 석탑마냥
무심의 꽃 피울 수도 있겠다
다투어 경내에 들지 않아도
영주군 부석면 쇄락의 들녘에서 다홍다홍 진다홍…
지금 전율로 익어가는
저 사과알일 수도 있겠다
아, 때론 놓아 보낼 수도 있겠다
의상 저어간 만萬만萬장 저 노을 바다에
배흘림 아름찬 기둥에 등 기대노라면
― 「흘림에 기대면」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