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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2580777
· 쪽수 : 116쪽
· 출판일 : 2026-07-09
목차
시인의 말 | 4
1부
눈물과 웃음 | 13
사라지는 것들 | 14
쓸개 하나 가지고 | 15
돌아와서 | 16
그 배롱나무 곁을 지나면서 | 17
각자 주문하였다 | 18
그해 3월 | 19
돌아서면서 | 20
울안의 저 복숭아나무 | 21
강아지풀 | 22
그래도 될까 | 23
그날 벚꽃 | 24
견고한 것들은 외롭다 | 25
누가 어디서 나를 부르는가 | 26
집으로 가는 길 | 27
지는 해를 놓치다니 | 28
찻집의 추억 | 29
상트페테르부르크행 열차 | 30
2부
낙하하지 않는다 | 35
해피엔드로 해주세요 | 36
꿈에 보았다 | 37
떠나기 좋은 때 | 38
탈이 없을까 | 39
침묵에 기대어 | 40
불어라 바람 | 41
보라색이야 | 42
창피하다 | 43
구경꾼 | 44
나는 갇히었다 | 45
잘려 나간 가지들은 시퍼렇다 | 46
동백꽃 | 47
비겁하게 | 48
아픈 뒷모습 | 49
소등 후 | 50
어떻게 살고 싶은가 | 51
3부
삼백 날의 일과 사랑 | 55
오늘 아침 소식이야 | 56
임시 거주지 | 57
마당에 지푸라기 하나 | 58
내 성분 | 59
상팔자 | 60
오동잎 하나 하얗게 | 61
이젤을 끌어당기며 | 62
그 숲길 | 63
서천 휴게소 | 64
산 그늘 짊어지고 | 65
임간 교실林間 敎室 | 66
괜찮을 거야 | 68
소금꽃 | 69
막차로 간다 | 70
이상한 말 | 71
관계는 있다가 없다가 한다 | 72
오늘 여론조사 | 73
4부
봄은 온다 | 77
내가 없다 | 78
끄덕이기 | 79
숲을 찾아 나서는가 | 80
함부로 | 81
밤이 내게 편지를 가르쳤다 | 82
은행색 저고리 | 83
한 아름의 붓을 안고 | 84
먼발치서 바라보겠습니다 | 85
나일강 삼각주 | 86
사십 년 만의 나일강 | 87
나일 강변에 다시 씨를 뿌리며 | 88
안갯속 | 89
안녕하세요 | 90
동짓달에 합시다 | 91
사막에서 | 92
아득함에 대하여 | 94
시인의 산문 | 생각의 씨 | 이향아 | 96
저자소개
책속에서
‘아득하다’. 나는 이것을 추상이 아닌 구체적 인격으로 대하였다. 내가 ‘아득함’을 몽롱한 추상에서 가깝게 풀어내는 동안, ‘아득함’도 나를 허공에서 일탈하거나 분산되지 않도록 붙잡아 주었을까. 사막과 빙하와 지평선 너머 극지에 이르는 낯설고 광막한 ‘아득함’.
나는 그를 객관적 타자로 존중하면서 스스로를 단련하였을 뿐, 그와의 동행이나 합일을 꿈꾼 적 없다. 그는 나와 무관한 높이에서 독특한 빛을 간수하였고, 나는 내 본연의 주소에서 홀로의 방향을 흘렀다.
해가 지면 달빛은 너그러워지고, 도랑물도 들판을 가로질러 바다로 향할 때, 문득 우리도 각기 이름을 달리하는 한 그루의 나무가 아닐까,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들.
어느 날 눈을 들어 유난히 맑은 창공을 우러렀을 때, 높이도 모를 어디에서일까, 서늘하게 쏟아지는 청보석 같은 시선, 그가 내 오랜 ‘아득함’이었듯이 나 또한 그의 ‘아득함’이었다는 것을, 서로는 서로의 하늘이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하였다.
― 시인의 산문 「생각의 씨」 중에서
아득함이 나를 길렀다 그는 멀고 먼 거리에 걸려 있는 꿈, 그는 내 정수리에 떠 있는 별 그가 하도 멀어서 나는 자유로웠다, 나는 그를 점찍지 않았고 그를 향해 달리지 않았으므로 나는 편안하였다, 아득해도 구속되지 않고 주눅들지 않고, 그 앞에서 나를 부풀리거나 보태기는 커녕 나를 베어내었다
하릴없는 내 안창을 들켰을까, 헛간 같은 빈 주먹을 눈치챘을까, 그 아득한 허무의 간격을 누가 밤낮 채색했는지, 은하수 아래 뭇별이 쏟아져도 누가 불을 밝히랴, 가당치 않은 것은 순리가 아니고 몽매한 바장임은 어리석음일 뿐, 나는 아득한 거리 경이로운 그 숲에 무슨 소식이 오가는지 무심하였다
해가 지면 달빛은 너그러운 태산목의 시간, 바람도 모처럼 평화로운 한때, 꽃들은 버릇으로 피는 꽃이 아니고 잎들은 꽃자리마다 새로 돋아 숙성하는 여름, 도랑물은 들판을 질러 바다로 향하는데. 문득 떠오르는 생각, 우리는 각기 이름이 다른 한 그루 나무가 아닐까, 오가는 길을 지키는 큰 나무일 거야
우리의 시작은 나약했지만 결말은 관대해졌을까 어느 날 문득 눈을 들고 유난히 거대한 가로수를 바라보았을 때 아득하게 아주 아득하게 마주친 청보석 같은 시선, 그가 나의 오랜 아득함이었듯이 나 또한 그의 아득함이었음을, 서로는 서로의 한 평생 허공이었다는 것을 조금씩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었다
― 「아득함에 대한 성찰」 전문
그립던 이름들은 낡아서 사라진다
부뚜막 소금단지, 살강 밑에 숟가락
쌀 뒤주, 물두멍, 아궁이 앞 부지깽이
고샅길 오르막에 탱자나무 울타리
탱자나무 울타리에 펄럭이던 헝겊 조각
내가 사랑하는 것은 잃어버린 시간
그끄저께 내일 모래 영원보다 아득한
남 끝동, 자주 고름, 삼회장저고리에
고쟁이 단속곳 스란치마 떨쳐입고
버선발에 비단 신발, 어디 벗어 던졌는가
지금 찾고 싶은 것은 사라진 관계
그랬던가, 그랬었지 믿을 수 없는 거리
고종사촌, 이종 언니, 오촌 당숙, 육촌 오빠
왁자지껄 웃음소리 귓가에 화창한데
이 시간 그 이름을 어디 가서 불러 볼까
― 「사라지는 것들」 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