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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57956777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23-03-15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1부
물푸레나무 그늘에서 | 무엇이 되어 살고 있는지 | 꽃피는 것 기특해라 | 세븐 업 Seven up | 지나간 시간 | 우수절 편지 | 이상한 여자 | 우리 동네 | No problem! | 어떻게 살았을까 | 당신의 덕입니다, 고맙습니다 | 경비아저씨 | 슬픈 명사 | 생각난다 | 행복 절대 분량 | 그래도 희망을 품고 있었다 | 그 잘난 계집애 | 숲이라고 말할 때면 | 케냐 커피와 햇대추 |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을 때 | 찢어져라 눈을 흘겼다 | ‘티’와 ‘끼’ | 뒷북이라도 치자 | 봄날은 간다 | 바이올린 선생님 | 저 꼭대기 까치 한 마리
2부
그해 겨울 | 천만다행입니다 | 모범생일까 배신자일까 | 빛과 그림자 | 잊을 수 없는 말 | 이거 미제야 | 침묵은 금도 아니고 은도 아니다 | 젊은 한때 | 벼랑을 만났을 때 | 와야 할 사람 | 당신은 모르실 거야 | 하객 여러분 죄송합니다 | 봄날 아침 | 끝난 연애는 아름답다 | 고전적 유행가 | 아기가 타고 있어요 | 피 같은 돈 | 하지 못한 말 | 여름이 간다 | 시처럼 맑은 피로 | 홍매화선 | 열매 맺는 나무 | ‘I love you’라는 이유 | 이것은 우연일까 | 내 가슴은 몹시 뛰었습니다
3부
사람이니까 | 성공해 주어서 고마워 | 속으로 피멍이 들다 | 엄마 나 어떡해 | 당신의 고독을 읽는다 | 따지는 사람 | 내 얼굴 그리기 | 미안하다, 미안하다 | 허락과 거절 | 나를 경청하소서 | 알맞은 때 | 아들이 손님 같을 때 | 그 남자 | 문 앞에서 | 말로 표현하기 | 무슨 색깔을 좋아하세요? | 과분한 봄 | 누군가 당신을 보고 있다 | 구인란과 구직란 | 난장판에 내다 걸다 | 나는 거기 간다 | 공짜라니, 수상하다 | 랍비, 그리운 당신 | 꽃들에게 미안하다
4부
스무 살만 되면 연애를 시작하리 | 법대로 합시다 | 시작은 반(半)인가? | 꿈꾸던 대로 | 그 나이에 포기는 없다 | 버릴 것을 버리는가 | 부자가 되고 싶으세요? | 모자라지 않게, 넘치지도 않게 | 목련처럼 서 있겠습니다 | 친구의 친구네 농장 | 그는 왜 위대한가 |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있었다 | 히아신스가 일찍 피면 | 언제쯤이나 자신만만해질까 | 8층 아저씨 | 저 결혼해요 | 어머니만 산에 두고 | 시인과 농부 | 커피가 있는 분위기 | 이 무슨 얼토당토않은 거짓말인가 | 왜 째려 봐 | 한 사람의 손을 잡고 있을 때 | 룰룰루 랄랄라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오늘이 닷새째인데 날마다 잎이 새로 솟는다. 나는 그를 볼 때마다 아이 낳고 몸조리도 못 하는 산모를 보는 기분이다. 그를 어떻게 해서라도 보살펴 주고 싶은 마음이지만 나는 겨우 볕 좋은 베란다에 내놓을 뿐이다.
금년에는 수선화 꽃피는 건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살아 있는 푸른 잎만 보여주는 것도 고맙다고 생각했는데, 꽃까지 보여주다니 생명이란 얼마나 위대하고 엄숙한 것인지, 그리고 경이롭고도 아름다운 것인지. 아, 꽃을 피워낸 수선화 마른 뿌리. 날마다 아침에 눈을 떴다 하면 수선화 안부부터 묻는다.
-'꽃피는 것 기특해라’ 중에서
“저는 이 카페의 주방장이고 주인이고 심부름꾼입니다.”
테너인 남자 주인이 말했다. 젊은 시절에는 대단한 능력을 발휘했을 그. 그는 우리가 청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노래를 몇 곡 불렀고 부부가 이중창을 하기도 했다. 우리는 소리 높여서 앵콜을 외쳤고 그들은 기쁜 듯이 받았다. 퇴락한 고택을 보는 것처럼 마음이 자꾸 쓸쓸하였다. 가슴 한복판 골을 타고 이상한 슬픔이 흘러내렸다. 마무리하는 시간 몇 사람이 노래를 불렀는데 나는 슬픔 때문인지 갑자기 노래를 부르고 싶어졌다.
“저도 한 곡 부르겠습니다.” 마이크를 잡고 섰다. 모두 깜짝 놀라면서 환호하였다. 나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 ‘당신의 덕입니다, 고맙습니다’ 중에서
숲을 거닐 때면 발밑에서 부서지는 낙엽 소리조차 너무 커서 조심스럽다. 만일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사람으로 비유한다면 생각이 깊고 지혜로우며 인자한 사람일 것이다. 봄내 여름내 태양을 사모하다가 가을이면 다소곳이 발아래 잎을 떨어뜨리고 묵상하는 나무.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제가 서 있는 자리에서 거기를 비옥하게 하는 숲. 숲은 홀로 솟으려 하지 않고, 함께 일어서서 어우러진다. 숲의 시선이 선하고 아름다운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나는 숲이라고 말할 때 ‘꽃’이라고 말할 때처럼 가슴이 충만하게 차오른다. ‘숲’이라고 말할 때가 ‘꽃’이라고 말할 때보다 훨씬 편안하다. 꽃은 사랑받는 일에 익숙하지만, 숲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면서 나누려는 마음과 바치려는 마음으로 다른 생명을 감싼다.
- ‘숲이라고 말할 때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