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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2621104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23-10-31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5
<제1부>
지평선 11
전화데이트 12
모자는 불온한 바람이었다 14
주상절리 16
장마 17
변명 18
회포를 풀다 20
수면유도 음악 22
죽비 24
섬 25
시샘 26
선글라스 28
사모곡 30
사당역 31
비밀의 정원 32
불면 34
바람의 노래 36
마지막 벌초 38
<제2부>
은유와 직유 43
동지 풍경 44
님은 먼 곳에 46
노꼬뫼 오름 48
까르페디엠 50
파도 52
함박눈 54
횡성 오일장 가는 길 56
후생은 칸의 여자다 59
회상 62
기억장치 고장 중 64
망중한 66
성지 68
고문 70
폭포 73
폭포 2 74
<제3부>
빈집 79
내가 우주다 80
햇살 눈부시게 반짝이던 날 82
미술관에 가면 조문국이 있다 84
바벨탑 86
봄의 소리 88
옛집 이야기 90
바닥을 치고 솟아오르는 생 92
주정 94
첫눈 96
금계국에게 98
백기를 들다 100
자화상 102
길 104
부조리 106
해맞이 107
해설 남은 자의 섬에서 살기 또는 솟아오르기(박덕규) 109
저자소개
책속에서
깃털처럼 내리는 저건
하늘에서 보내오는 전령이다
순백의 언어로 살포시 날아드는
그리움이 담긴 연서다
보고픈 사람 맞이하듯 아낙은
하늘 향해 안부를 묻는다
낯선 그곳은
살만 한 곳이더냐고
두고 간 식솔들은 그립지 않더냐고
잠은 잘 자느냐고
먹성 입성은 편하더냐고
뼈가 저리고
살이 떨리는 통증은 다 가셨느냐고
말 섞을 이웃은 생겼느냐고
그곳에서도
아침저녁 샤워는 여전하냐고
손자손녀가 보고 싶어 어찌 견디냐고
애끓는 안부가 실타래다
펄펄 날아오는 새하얀 연서를
온몸으로 맞으며
아낙은 하염없다
-「첫눈」 전문
울음은 밤새 이어졌다
뒤채며 몸부림치는 저것은
슬픔의 결이었다
제 몸을 부수며 울부짖는 포효
골수에 맺힌 응어리를
바위에 짓이기는
저건 자해라 하겠다
생을 부수고
살점 흩어지는 물의 살기가
거세게 휘몰아치고
죽음의 갈기를 막아보려 방어벽 물매를 맞는다
등대는
핏발 선 눈을 부릅뜬 채
외마디소리를 질러보지만
멍투성이 바다는
결결이 주름 접으며
검푸른 슬픔을 엎었다 뒤집으며
너울을 쓰고 밀어대며 호곡하는 것이다
- 「파도」 전문
시를 쓰는 인간은 고통을 언어화하는 존재다. 고통을 언어로 확인하는 존재이고, 그 고통을 잊기 위해 새로운 언어를 동원하는 존재다. ‘죽음의 이별’의 시간에 싸인 ‘슬픔의 섬’에서 시인은 고독과 슬픔을 확인하고 불면과 방황으로 그걸 견디는 과정을 때로는 일상어로 때로는 내적 심연의 전경화로 구현했다. 그 과정에서 일상어를 통한 현실 재현이라는 특징이 드러나기도 했고, ‘자아의 대상화’라는 서정시의 원류를 증명하기도 했다. 독자로서는 한 인간의 고통이 드러나는 현장의 실재감과 더불어 그 표현이 주는 언어적 효과를 체감할 수도 있었다.
그 체감은 이제 나아가 조금은 경쾌한 기분으로 채색될 듯도 하다. 오늘의 시인 장봉숙이 ‘섬’에서 ‘섬’ 밖을 유영하며 “고요와 적막이 은혜처럼 흐르는 곳”을 찾아나서니, 거기서 “원망, 갈등, 미움을 다 내려놓으라”는 가르침을 얻고(「죽비」), “봄내 가득한” 세상을 만나기도 하며(「시샘」), “뼈가 깎이고 살 떨리는 슬픔을 거두어”(「바닥을 치고 솟아오르는 생」), ‘오늘도 여전히 다투어 봄꽃 난장을 펼치는 곳’(「비밀의 화원」)을 찾아내고 있으니. 참으로 고통스런 과정에서 찾아낸 ‘비밀의 화원’일 테지만, 그동안 꾸준히 지켜봐 준 독자들을 한 번쯤은 인도해 주시겠지.
- ‘해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