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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2732060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23-05-30
책 소개
목차
01 묘 13 - 선산 / 다시 갈 수 없는 곳 / 추모공원
02 도장(道場) 23 - 다잡아 주던 / 관계와 조화 / 도복을 개면서
03 강가 35 - 기벽 / 노지 / 순례
04 서재 47 - 지적인 로망 / 사유의 거울 / 내면 같은 소리 하고 있네 / 화단 가꾸기
05 고향 59 - 신기루 / 돌아갈 수 없는 / 그리움이라는 사치 / 조심히, 그리고 건강히
06 작업실 73 - 집 아닌 집 / ‘돈’부리 영감 / 자유의 힘 / 응원의 공간
07 병원 89 - 비둘기 / 사고의 추억 / 고통에 대하여 / 실외 흡연구역
08 산 103 - 유성우 / 산이 가르쳐 준 것 / 지팡이 깎듯이
09 차실(茶室) 115 - 창고로부터 / 부끄러움 / 물을 다루는 방식 / 줄 것이 있는
10 집필실 129 - 매미 / 우화 / 호리병박 / 증평의 밤 / 알 수도 알 필요도
11 공방 141 - 맹가미 / 미니멀리즘으로부터 / 도자기 / 미리 행복한 꿈
12 지대방 155 - 서울, 첫 / 성지 / 선방의 불상처럼 / 오래 남아 있는 것
13 성당 167 - 크리스마스 선물 / 빨마 성물부 / 다시 만날 때까지
14 동해 179 - 강릉 / 정동진 / 경포대
15 자전거길 189 - 남한강 / 터널 / 더 큰 고독 속으로 / 좀 더 고귀하게
16 교실 205 - 해서도, 안 해서도 / 모름의 방식 / 나쁜 선생, 나쁜 시인 / 서문
17 이곳 217 – 에필로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노지에 앉아, 불을 피우고 간이의자에 앉아 강물 쪽으로 멍하니 시선을 풀고 앉아 있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 특히 자연물 중의 어떤 것을 아무런 생각 없이 바라보며 우두커니 앉아 있는 행위를 요즘 말로 ‘멍때린다’고 하고 그 말은 대상과 합쳐져 ‘물멍’, ‘불멍’ 등의 응용된 어휘가 많이 생기기도 한다. 이게 다분히 가볍고 우습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생각보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있기를 시도하기란 너무나도 어렵다. 예컨대 참선, 묵상 같은 조금 더 고결한 느낌의 단어들도, 실은 ‘생각하지 않는 법을 연습하기’ 외의 별다른 의미가 아니다. 고통과 여러 문제들에 미쳐 버리지 않기 위해, 우리는 각자의 ‘멍때림’이 필요하다.
나는 얼마만큼이나 진실하게 지성적 행보를 쫓아왔는지, 그리고 내가 쓰는 글들은 얼마만큼 진실한 책으로 신뢰받을 수 있을지. 늘 미완성인 나와 내 서재의 실존을 향유하며 나는 이 과거형의 장소를 통해 끝없이 사유할 것이다. 또한 한없이 약하고 보잘것없는 내 목소리나마, 그들의 슬픔과 고뇌에 실낱같은 목소리에 보태기 위해 이런 이야기들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육체는 늘 야만화, 뇌는 늘 문명화할 수 있는 지성적 독려를, 그 속에 피어나는 아름다운 실존적 진실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