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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2732220
· 쪽수 : 160쪽
· 출판일 : 2024-09-10
책 소개
목차
1부
장마의 방 / 서로 / 물레와 노인과 아이 / 몽(夢) / 드라이플라워 / 서울, 9호선 / 야음동 / 헤라(HERA) / 차가운 소묘 / 여섯 번째 화병 / 여름의 발 / 백야 / 겨울 벽화 / 심야 동물원 / holiday / 대기자 / 아흐레 밤에 듣는 화음
2부
입김의 방 / 무늬를 위한 시간 / 점자를 읽는 저녁 / 같이 앉아도 될까요 / 겨울 발레리나 / 월요일 / 상상 / 흉상의 원주율 / 유라시아 / 캔버스 / 멜로드라마 / 계곡을 걷는 눈사람 / 반(半) / 인형의 집 / 경포대 / 아제아제 바라아제
3부
네버랜드 / 저녁의 부력 / 유령 연주가 / 그러므로 / 일요일의 우주선 / 숨은 그림 / 새들은 오른손일까 왼손일까 / 종이컵 — take out / 역할극 / 미미 구구단 / 라푼젤 / 혼몽 / 달과 6펜스 앤드 고양이 / 거울의 자매들 / 인형술사 / π / 월요일은 비
해설
유령의 사랑, 거미의 사랑 | 오형엽(문학평론가·고려대 교수)
저자소개
책속에서
너를 위한 식탁
너를 본 적 없어
너라고 부를 수 없다
우리를 증명하는 우리의 봉인된 불행
미래에서 미래로 다시 오늘의 불안으로
너를 지울 수 없어
너를 잊을 수 없다
너를 인정해야 할까
불행이 너라면
우리가 불행이라면
같이 앉아도 될까요
여기밖에 없어서요
「같이 앉아도 될까요」 부분
대문은 닫혀 있고 쪽문은 열려 있었다 쪽문을 열자 검은 밤이 보였다 고요한 방들의 시간, 누가 몰래 다녀갔는지 알 수 없지만 알아도 소용없지만
방마다 수인번호가 새겨져 있었다 벨을 누르면 사슴이 달려올 거 같았다 왜 사슴이 생각날까 횡단보도를 건너다 죽은 빗속 얼룩말의 마지막 냄새가 떠올랐다 사슴은 어디 갔을까
입안에서 사슴이 걸어 나왔다 다른 짐승은 생각나지 않았다 자신의 발자국을 헤아리며 검은 밤을 헤매는 사슴, 사슴을 찾는 목소리가 두 발을 끌며 방 안을 맴돌았다
메아리를 가지지 못한 목소리는 영원히 하늘로 오르지 못한다
그날 이후 냄새를 잃었다 가로수는 산발한 채 계절을 쓸어 갔고 나는 사슴을 생각하며 잠이 들었다 검은 밤이 영원히 열리고 있다
「심야 동물원」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