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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2828763
· 쪽수 : 282쪽
· 출판일 : 2024-12-25
책 소개
목차
사리신앙 / 7
라오스의 봄 / 29
지역감정 / 47
가이드의 행복론 / 77
조선족 가이드 / 101
赴任記 / 121
이상한 경험 / 139
아무도 모르라고 / 161
신의 길 / 183
강아지 울음소리 / 205
허수아비 / 225
마지막 파도 / 253
후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러나 김 기자가 볼 때 그는 분명 그런 마음을 지니고 있는 야망적인 친구였던 것이었다. 그는 승리재단이나 아니면 신앙촌 또는 통일교 같은 거대한 꿈을 불교계에서 나름 꾸고 있었다. 그것이 사리를 중심으로 한 신앙이었다는 것은 김 기자만이 믿고 있는 사실이기도 하였다. 김 기자는 그런 그가 위험한 생각을 갖지 못하도록 사리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싶기도 했다. 그러면서 속으로 ‘지금 같은 세상 진신사리가 어디 있다구 나에게 공갈을 쳐’ 하는 마음도 없지 않았다.
그는 김 기자의 말에 아무 말도 않고 묵묵히 듣고만 있다가 이윽고 김 기자를 한 언덕바지로 데리고 갔고 그리고 한 허름한, 이제 막 양생을 한 무덤 앞에 김 기자를 세웠다.
“바로 이거야. 우리가 믿는 사리신앙, 그리고 네가 사이비라고 부르는 우리 사리종의 참모습……”
무덤은 너무나 평범했다. 주변의 무덤과 달리 무엇을 나타내라는 것도 없었다. 이름 없는 공동묘지일 뿐 아무런 표지가 없었는데 다만 다른 무덤과 달리 차이 나는 것이 있다면 무덤가에 그것도 앞이 아니라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정도로 작은 비석에 글이 담겨져 있는 것이었다.
‘한평생 구두닦이로 살던 기부 천사, 코로나로 죽다. 농아였던 그는 삼백만 원이 든 통장과 도장을 농아협회에 기증하고, 그리고 자신이 입원했던 병원에 장기 기증 서약서를 남겼다.’
비석은 마치 그렇게 서 있는 것조차 미안한 듯 정면이 아니라 옆에 비스듬히 누워있는 모습으로 세워져 있었다. (「사리신앙」 중에서)
“‘라오스의 봄’은 있던가?”
내 말에 김형은 오히려 말꼬리를 돌리며 빠져나가려는 것 같았다.
“아까 형도 말하지 않았습니까? 라오스는 봄이 있지 않습니다. 지금은 3월이고 아직 건기 중에 있지 않습니까? 라오스에 있었던 6일 내내 비를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하루는 흐렸습니다만 그것도 오후가 되자 늦봄 볕이라고 할 만큼 따가웠습니다. ‘라오스의 봄’은 없습니다. 라오스에는 다만 건기와 우기가 있을 뿐입니다.”
나는 라오스의 건기와 우기를 신경질적으로 말해버렸다. 알 만큼 알고 있는 사람이 그런 쓰잘 데 없는 말을 하니 심기가 불편했다. 나를 시험해보려는 것일까? (「라오스의 봄」 중에서)
공항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어제 약속대로 가이드가 자신을 소개하였다.
“하얼빈에서 태어난 교포 3세입니다. 집안이 가난해서 중학교까지 밖에 못해 보았고 이후로는 안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잡일을 하면서 살았습니다. 처음 해본 일이 하얼빈의 신발공장이었는데 거기서 몇 년간을 그렇게 살았습니다. 그 이후로 술집, 술도가, 건설 현장 그런 곳을 전전하다가 이래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해 장가나 가볼까 싶어 성도로 오게 되었습니다. 성도는 예로부터 남자를 떠받들어 주는 곳이라는 소문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성도가 큰 산들이 둘러싸여 있어 이곳을 한 번 빠져나가면 다시 들어오기 힘들었기 때문에 그런 소문이 난 것 같습니다. 배움이 짧아서 여기서도 좋은 회사는 다니지 못하고 밑바닥 인생을 헤메게 되다가 아내를 만났습니다. 아내를 만나게 되고부터 구채구 가이드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내는 저와 달리 똑똑하고 사무실에서 위치도 있어서 저는 신분 상승한 꼴이 되었습니다. 아들을 두고 있고 아파트도 마련해서 지금은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그동안 저로 인해 불편하신 점이 있었다면 사과 말씀드리겠습니다. 돌아가시거들랑 부디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가이드의 행복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