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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0526060
· 쪽수 : 290쪽
· 출판일 : 2022-12-28
책 소개
목차
알카자쑈 / 7
통도사 반야용선도 / 27
남편기 / 47
사형 집행인 / 67
깊고 먼 / 85
시민혁명 / 105
자갈치 시장 / 127
실종 / 155
따뜻했던 어느 봄날/ 177
엑스트라 / 197
서귀포에서 한 달 살기 / 217
베트남 탈출의 기록/ 245
후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중생이 극락정토를 향해 반야의 지혜에 의지하여 용선을 타고 바다를 건너는 모습을 그린 그림을 반야용선도라고 한다. 반야선은 미륵정토나 연화장 세계로 나아가는 운송수단을 말하는 것으로 모든 중생을 구제하고자 한 아미타불의 사십팔 대원을 나타낸 것이라 할 수 있다. 반야용선도는 보통 도상이나 벽화에 남아 있는데 모두 의미에 충실해 있을 뿐 미적인 면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유독 통도사 극락보전의 뒷벽 벽화에 있는 반야용선도는 매우 사실적이고 특히 그 용선도에 탄 삼십여 명의 사람들 가운데 뒤에서 일곱 번째 사람은 다른 사람은 모두 앞을 보고 있는데 이 사람만은 뒤를 바라보고 있어 신비성을 더해주고 있다. (「통도사 반야용선도」 중에서)
그것은 정말 정말 괴이한 일이었다. 그 이외의 다른 사형수는 기억 속에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오직 그만이 머릿속에 떠올라 나를 두려움에 떨게 하고 있다. 그의 말대로 정말 죽음 다음의 세계는 있는 것일까? 그는 정말 신의 아들인 것일까? 그러나 내 이 두 눈으로 보지 않았는가? 그가 틀림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사람에게서 난 아들이라는 것을, 그런데 그런데 왜 갈수록 그의 제자들, 그의 신도들이 계속 늘어만 가는 것일까? 왜 나는 그들이 늘어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인가? 만일 예수 일당이 지금의 상태를 계속한다면 나는 그들에게 영원히 그들이 신이라고 믿는 예수를 죽인 인물로 남을 것이 아닌가? 그러나 그것보다 더 두려운 것은 시간이 갈수록 그가 신의 아들일지도 모른다고 자꾸만 생각되어지는 것이었다. 철면피, 인정도 사정도 모르는 냉정하고 잔인한 인간이었던 내가 그를 이토록 두렵게 생각하다니…… (「사형 집행인」 중에서)
암 병동은 사람들이 함부로 드나들 수 없다. 의사들 간호사들조차 함부로 드나들 수 없다. 철저히 몸을 소독하고 들어올 수가 있었다. 암 병동은 무균의 상태여야 한다. 그러나 호스피스 요양 병동으로 옮기고 나서는 모든 것이 느슨하다. 방문객도 문병을 온 사람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다. 더 이상 의학적 처치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냥 버려두는 수밖에 없기 때문인 것 같다. 더 이상의 관심이 필요없게 된 사람들, 곧 다리를 건너게 될 사람들, 이쪽에 있는 동안 마음껏 누리소서 그 정도의 배려일 뿐이다. 그러나 죽음을 앞에 두고 도대체 무얼 어떻게 하자는 말인가. 죽음의 매뉴얼이라도 있다면 그대로 따라 하겠건만 모두가 부질없고 헛될 뿐이다. 다만 이 순간 오직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나는 지금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과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내가 있어야 있는 것이고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고 있는 것이다. 불교의 유아독존이라는 것을 이해할 것도 같다. (「깊고 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