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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한가운데 책방

사막 한가운데 책방

산티아고 박 (지은이)
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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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한가운데 책방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사막 한가운데 책방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2828831
· 쪽수 : 250쪽
· 출판일 : 2025-04-18

책 소개

미국에 거주하는 작가 산티아고 박의 수필집으로 상처를 겪지 않으면 진정으로 공감할 수 없는 자전이야기를 담백하게 풀어내면서, 자신이 가진 세상의 어떤 것과도 비교하거나 교환될 수 없는 고유한 상처를 독자들에게 헤집어 보여준다.

목차

어린 시절 나의 우상 / 8
고시원에 쳐들어온 중늙은이 / 17
서서히 찾아오는 기울어진 노을의 시간 / 23
돼지꿈을 믿지 않는 아이 / 31
차창 위로 부딪치는 가족 / 42
왼팔이 오른팔보다 짧은 아이 / 65
‘남아 있는 나날’ 감상문 / 72
십계명을 어긴 아이 / 78
임꺽정을 보면 생각나는 나의 친할아버지는
대단한 몽상가이셨다 / 87
거대한 침묵을 삼킨 외할아버지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 96
높이가 다른 어깨를 가진 아비와
길이가 다른 팔을 가진 아들은 늘 서먹서먹했다 / 108
세 명의 치과의사 이야기 / 118
가장 길고 더웠던 그해의 여름 / 138
어머님에게 보내는 ‘꿈의 편지 & 꿈의 친구들’ / 162
환상 속 궁전은 여전히 서 있다 / 209
가슴 속에 간직한 스승들 / 215
새해에도 친구들 복 많이 받고…… / 223
아이들이 비추는 거울 / 233
보내야 하는 사람들 / 237

저자소개

산티아고 박 (지은이)    정보 더보기
서울 출생 서울치대 졸업 2010년 미주한국일보 시 등단 2012년 미주한국일보 소설 등단 2025년 현재 미국 엘센트로에서 개인치과 개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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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경주누나와 이모님은 제게 있어서 한 장의 가족사진으로, 제 머릿속에 각인되어진 추억입니다. 경주누나와 이모님, 두 사람 모두 아름답고 밝은 한 장의 가족사진을 각자의 마음속 지갑에 간직하길 바랍니다. 제가 가진 저의 가족사진이 흑백의 어두운 배경으로 떠오르는 것이, 저의 피할 수 없는 슬픈 상처인 듯합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깊고 가냘픈 감수성을 가지게 된 행운으로도 여겨집니다. 지나간 풍경들이 아름다운 기억과 행복만이 가득한 순간들이라면, 추억의 사진첩을 늘 기쁨으로 넘길 수 있겠지만, 닥쳐오는 모든 아픔이 늘 불행을 불러온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파트는 사흘이 멀다 하고 부부싸움이 벌어져 심심함을 느낄 한가함은 없었다. 하지만 그 대가로 서로의 가정에 대한 슬픔과 원망의 정보를 공유하는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했다. 108호 집 아저씨가 바람이 났다거나, 평소에 확고한 믿음의 화신이었던 209호 집 아줌마의 계가 깨져 밤새 짐을 싸서 도망갔다거나, 305호 집 누나의 배가 아무리 소화제를 먹어도 계속 불러온다는 그런 소식들이었다. 누군가 ‘라면땅’ 하나를 사면 그에게 잘 보이려고 모여드는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긴 줄을 만들었다. 라면 부스러기로 만들었다는 ‘라면땅’의 뒷면에, 한 사람이 빨간 깃발을 양손에 들고 만세를 외치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그 봉지의 도안가가 후에 빨갱이로 밝혀져 간첩으로 체포됐다는 소문이 떠돌기도 했다. 어린 시절 사실로 알고 있었던 많은 일들은 거짓과 진실을 넘어 흩어지고 말았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삶의 단조로움과 모자람을 해소하기 위한 슬픈 노력일 뿐이었다. T.V를 보려면 남의 집을 기웃거려야 했지만, 동네에 더 이상 덕수가 없다는 것만으로 나는 행복했다. 가끔 어머니로부터 10원짜리 동전을 얻으면 만화가게로 달려갔다. 6시쯤에 시작되는 만화가게의 유료 T.V 관람이 늘 말썽이었다. 시청료가 5원이었는데 5원어치 만화를 본 후, 남은 5원을 거슬러 받기 위해 몰래 실눈을 뜨고 T.V 만화 영화를 보았다. 하지만 나는 한가지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만화가게 아저씨의 뒤통수에도 눈이 달려 있었다는 현실을. 그는 남은 5원을 받으려는 나를, 그의 웅장하고 거친 목소리로 심판했다. 모든 아이들이 귀를 한껏 열고 있는 상태에서, 그는 나를 파렴치하고 양심 없는 어린 놈으로 결론 내렸다. 어리숙하게 보이던 배불뚝이 대머리 만화방 아저씨는, 내가 가자미 눈으로 벰, 베라, 베로의 ‘요괴인간’들을 사모하고 있었던 것을 이미 다 파악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제 아빠는 책을 만드는 인쇄소나 출판사가 아니라 돼지를 키우고 밭을 가꾼다고 하셨다. 농군이 되어 굵은 땀방울을 흘리신다고 하셨다. 얼마 전까지 직장에서 퇴근하시던 아빠의 양복 저고리에 코를 킁킁대고 다가서면, 언제나 똑 같은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머리를 풀고 하늘로 오르는 휘발성이 짙은 파랗고 검은 잉크 냄새였다. 아라비아 향수 같은 이국적이고 강력한 향기는, 어느새 나의 몸을 환각에 빠뜨렸다. 내 몸엔 피에로의 복장이 입혀졌고, 때로는 피터팬과 함께 하늘을 날아올랐다. 하루 종일 피곤한 광산 일을 마치고 합창을 부르며 높은 산에서 줄줄이 내려오는 일곱 난장이의 행진에 참여하기도 했다. 앞으로 그런 아름다운 환상은 절대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작업복에 묻은 돼지들의 쾌쾌한 분뇨나, 밭에 뿌릴 인분의 코를 찌를 듯한 냄새가 아빠의 등장을 알릴 것이다. 아빠의 추락이 조금은 슬프고 불안했다. 하지만 서울 사람들이 아무도 없는 이곳은, 나에게 무지개가 내리는 마법의 땅이었다.


일년의 직장생활이 지나도 언제 엘센트로를 벗어날 수 있는지 도대체 알 수 없었다. 뉴욕의 아내에게 전화를 한다. 샌디에고로 우선 집을 옮기자고 말을 꺼낸다. 주중에는 엘센트로에서 일하고 주말이라도 가족이 함께했으면 했다. 경제적으로도 엘센트로에 있으면서 높은 봉급을 유지하고 싶었다. 한 달 후에 다가오는 메모리얼 데이(한국의 현충일)에 가족이 함께 샌디에고에서 살 집을 찾아보자고 말을 꺼낸다. 아내의 답이 흐릿하다. 가느다란 목소리에 맥박이 없다. 가족은 모두 기다리다 지쳤을 것이다. 아내는 아이들의 아버지가 되기가 버거웠을 것이다. 아이들은 스스로의 성장을 부추기며 어른으로 바삐 크기가 무서웠을 것이다. 나는 가족의 호흡을 느끼지 못한 채, 사막 한가운데 시들어 말라가고 있음이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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