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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2837147
· 쪽수 : 208쪽
· 출판일 : 2023-04-06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4
1장. 무늬 그리다
굄대 12
그 집 앞 17
봄 편지 22
그림자 친구 26
무늬 그리다 30
내 나이가 어때서 35
목걸이 40
삼거리 주막 45
팔만 씨의 꿈 50
멀리하기엔 너무 가까운 당신 54
2장. 다행이다
바람의 말 62
동상이몽 67
다행이다 71
꽃물 든 날 76
익모초 계절 81
여름 강변 86
추억을 걷다 91
찔레꽃 향기 96
남도 기행 99
하루살이 104
3장. 꽃보다 할매
구월에 만난 사람 112
길 위의 스승 117
겸상 122
무인도 바둑 126
꿈길 130
추억이 올 때 135
피아노 140
점순이 145
가을을 위하여 149
꽃보다 할매 153
4장. 산신령 나이
맛있는 말 160
산신령 나이 165
달밤 170
가을 타는 남자 175
봄 오는 소리 180
크리스마스 선물 184
남 끝동 자주 고름 189
파랑새를 찾아서 195
애물단지라고? 200
풍화 205
저자소개
책속에서
‘때’가 있다는 말을 많이들 한다. 공부도 때가 있고 결혼도 때가 있는 거란다. 비슷한 뜻에 적령기라는 말이 있다. 나이에 어울리는 일정한 기간을 정해서 적령기라 칭했고 그때를 놓치면 뒤처지는 사람으로 생각했다. 요즘 그런 말은 쓰이지도 않거니와 ‘때’라는 말의 의미도 달라졌다. 지난 오월에 사십 대의 신혼이 된 친구 자녀들은 그때가 결혼하기 좋은 때였고 나이 들어 야간수업을 듣는 나는 지금이 공부하기 좋은 때다.
-<내 나이가 어때서> 중에서
다 익은 열매를 떨구고 마당을 휘저은 것은 태풍인가 무관심인가. 밤새 불어 닥친 바람에도 농장은 끄떡 않는데 담장으로 둘러싸인 마당은 성한 곳이 없다. 농장이 온전한 것은 넉넉한 거름으로, 과감한 열매솎기로 욕심을 덜어낸 덕분 아닐까. 사람 몸은 칠 할이 종양을 지니고 있고 면역력이 약해지면 그것이 병으로 드러난다고 한다. 남편의 면역력을 떨어뜨린 바람은 무엇이었는지 생각한다. 울안 나무처럼 짐이 무거웠던 것일까. 농장 나무들처럼 정성을 기울이지 않아서일까. 집안을 흔든 바람은 아직도 잔물결을 일으키며 을러댄다. 있을 때 잘하라고.
-<바람의 말> 중에서
나도 한때 외국인으로 산 적이 있다. 여섯 해 남짓 지내는 동안 떠날 거라는 생각으로 가벼이 살았던 적은 없었다. 아니, 내 나라에서보다 더 열심히 살았고 그만큼 정도 들었다. 온갖 낯선 것들에 부대끼며 살아도 그곳이 좋았던 것은 사람들의 시선 덕분이었다. 그들은 언어와 피부색이 다르다고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도, 함부로 무시하지도 않았다. 마주치면 반갑게 웃으며 인사하는 모습이 마을 사람 대하듯 자연스러웠다. 이웃으로 받아들여지는 느낌. 그것이 어떤 호의보다 더한 친절이라는 것을 겪어봐서 안다. 이 땅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바라는 것도 그 시절의 나와 같지 않을까.
-<하루살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