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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91192852041
· 쪽수 : 152쪽
· 출판일 : 2024-06-26
책 소개
목차
제1부/ 하늘이
제2부/ 아키코
제3부/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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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일으킨 또 다른 소원풍선 이야기
저자 후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쪽마루에 걸터앉아 먹다 남긴 빵 부스러기를 길고양이 나비에게 던져 주었다.
(중략)
“왜? 부럽니? 그러니까 너도 빨리 아빠 엄마를 찾아봐. 추운데 혼자 돌아다니지 말고 말이야.”
나비는 바닥에 배를 깔고 비쩍 마른 손등을 빨며 낮은 소리로 야옹거렸다.
“네 꼴 좀 봐.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잖아. 아빠 엄마가 돌봐주지 않아서 그래. 너도 봤지? 저기…”
하늘이는 손끝으로 고층 아파트 단지를 가리켰다.
“저기 사는 고양이들… 얼마나 예쁜지 몰라. 거기 사는 애들은 너처럼 찬장을 뒤지지 않아. 생쥐를 잡으러 헤매지도 않아. 마치… 왕자처럼, 공주처럼…”
나비는 기분이 상한 듯 슬그머니 일어서더니 담장 위로 훌쩍 뛰어 올라갔다. 그리고 힐끔 뒤를 한 번 돌아보고는 이제 막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옆집 지붕 사이로 사라졌다.
“그래, 잘 생각했어. 가서 아빠 엄마를 찾아보는 게 좋을 거야… 그게 좋을 거야…”
지붕 너머 저 멀리 고층 아파트의 환한 불빛들을 바라보면서 하늘이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잠시 후 방송국 사람들에 의해 다시 차려진 상에는 아침에 먹다 남은 찬밥 두 그릇과 냉수 한 그릇 그리고 김치와 간장, 고추장이 올라가 있었다.
“자, 할머니. 이제 저희가 문을 열면 수저를 놓고 누구요 하고 물어보시는 겁니다. 아셨죠? 그리고 너, 이름이 뭐라고? 아, 그래. 하늘이랬지? 하늘이는 젓가락으로 김치 한 조각을 집어 입에 넣으려다가 밥 위에 내려놓고… 이렇게… 알겠지?”
“…….”
하늘이와 할머니는 갑자기 몰려온 많은 사람의 기세에 놀라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서울에서 가장 부유한 아파트 단지 옆에 흉가처럼 남아 있는 판자촌에서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불쌍한 아이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 냈다. 사실이 그랬으므로 굳이 역할이라고 할 것도 없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