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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2886732
· 쪽수 : 196쪽
· 출판일 : 2024-12-24
책 소개
목차
정보의 개천
알고 보니 섀도잉
헤맴의 미학
선물
타코야끼가 뭐야?
오늘의 날씨는, 맑다 비 오다 눈 오다 맑습니다
다이몬지 플래시
손님1
손님2
X-day
다카라가이케 밴드
여우비
이상한 나라의 수학 선생님1
이상한 나라의 수학 선생님2
홍이
병원이라고 했잖아요
생각보다 괜찮은데?
달달달
아직 모르는 내일
운수 좋은 날
물건의 페르소나
미슐랭 말고 미(味)슬렁
여름 집에서는 골풀 향기가 났다
자전거 탄 풍경
이토록 완벽한 실수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천만다행으로 지각은 면했다. 왜 이렇게 늦었냐는 친구의 물음에 순순히 ‘버스를 잘못 타서’라고 대답했다. 왜 버스를 잘못 탔냐는 질문이 돌아오기 전에 시험이 시작되었고, 두근거리는 심장을 달래며 무사히 시험을 치렀다. 무슨 과목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20년이 지나 내 머릿속에 남은 것은, 어이없는 실수와 그 실수가 가져다준 풍경뿐이다. 그토록 긴 터널이 대체 언제부터 거기 있었던 걸까. 거미줄 같은 구시가지를 단번에 벗어나 한적한 시골로 데려다 놓은 기묘한 터널. 고작 한 정거장 반대로 갔을 뿐인데 생각지도 못한 세상을 만난 날. 어쩌면 최악의 날이 될 뻔한 그날은, 내게 도무지 잊지 못할 재밌는 하루가 되었다. --- 〈헤맴의 미학〉
내가 발견하지 않은, 내가 경험하지 않은, 내가 도전하여 정복하지 않은 것에 ‘역사’나 ‘추억’이라는 수식어를 붙이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것은 그저 수많은 요리 중 하나일 뿐이니까. 수많은 여우 중 하나이고, 수많은 장미 중 하나인 것처럼. 시간을 들이지 않은 낯선 것은 소중해지지 않는다. --- 〈타코야끼가 뭐야?〉
아마 그즈음부터인 것 같다. 우산도 날려버릴 만큼 강렬한 바람이 좋아진 것은. 그토록 거센 바람을 맞으면, 한 손으로 우산을 쓰고 자전거로 달리던 때로 돌아가는 것만 같다. 바람은 챠르르 돌아가는 체인 소리와 무릎에 부딪히는 빗방울을 저 멀리서 끌어온다. 뱃속부터 깔깔깔 웃음이 터져 나올 것만 같다.
별수 없이 행복해진다. --- 〈오늘의 날씨는, 맑다 비 오다 눈 오다 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