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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2908625
· 쪽수 : 204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팥진아’ 폴더 속에 쌓일 이야기
똥 맛 카레와 카레 맛 똥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둘리 호빵의 계절
도전은 몇 번이나 계속됐지만
고시앙 하나 주세요
맛있게 으깨지는 시간
눈으로 먼저 먹는
다시 만난 ‘있을 무’ 맛
모퉁이 국화빵 할머니
겨울에 조금 더 수다스러워지는 사람들
연말에 만나는 쉬운 행복
호두 없는 호두과자
버터 없는 앙버터 1
버터 없는 앙버터 2
대단한 에피소드는 없지만 사랑해
덕분에 반짝반짝 안심이 돼
오로지 하나의 목표로
그 겨울, 스무 마리의 붕어빵
에필로그 찐빵을 하나씩 찜기에 넣듯이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속담 한 줄에 네 명 엉덩이가 골고루 아파졌다. 콩! 하며 매질, 콩 나고! 하며 매질, 팥! 하며 매질, 팥 난다! 하며 매질. 맞던 우리도 보던 애들도 눈이 동그래졌다. 맞으면서도 물음표가 터져 나왔지만 당장은 고개를 숙이기만 할 뿐이었다. 여기서 웃으면 또 어떤 속담이 튀어나와 고루고루 맞을지 모를 일이었다. 우리는 조용한 콩 두 명과 팥 두 명이 되어 그렇게 한참을 엎드려 있었다.
(중략)
콩 심은 데 팥이 나기도 하는 게 학교 아닌가. 그 시기의 내 기분을 정리해보자면 이 정도일 것이다. 팥빙수 땡땡이 사건 이후에는 학교라는 곳이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어른이 된 지금 그날을 회상해보면 학교도 결국 회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때의 나는 그렇게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영어 시간에 버거킹에 나란히 앉아 팥빙수 먹은 게 뭐 그리 잘못이냐고 중얼거릴 뿐이었다.
-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중에서
나에게 겨울은 둘리 호빵의 계절이다. 접시에 한가득 담겨 있던 진짜 호빵과 비눗방울 호빵을 닮은 것들이 이 계절에 유독 많다. 내가 좋아하는 많은 것들은 둘리 호빵과 비슷하게 생겼다. 편의점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갓 찐 호빵은 물론이고, 탱글한 홍시도, 포실포실 단팥빵도, 찰떡 아이스도 비슷하게 둥글둥글하다. 겨울에 펑펑 내리는 눈도, 그걸로 만든 눈사람도 모두가 닮았다. 투박한 듯 무심한 모습이 가만한 마음들을 닮았다. 길에 서서 호빵을 먹을 때면 오늘의 일들은 아무렇지 않아진다. 나는 오랜 시간 뜨거운 온도 속에서 가장 안쪽까지 부족하지 않게 뜨거워진 호빵의 팥 부분을 좋아한다. 둘리 호빵의 맛이란 아무렇지 않은 맛, 그래서 내 마음도 잠시나마 아무렇지 않아져서 먹은 것마저 까먹을 정도로 안정되는 맛일지 모르겠다.
- ‘둘리 호빵의 계절’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