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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사라진 소녀들의 숲](/img_thumb2/9791193022504.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91193022504
· 쪽수 : 432쪽
· 출판일 : 2024-04-20
책 소개
목차
한국 독자들에게
사라진 소녀들의 숲
역사적 배경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책속에서
짙게 깔린 안개가 소나무로 만든 붉은 배를 감쌌다. 내 눈에 허락되지 않은 땅 너머에 비밀이 숨어 있기라도 하듯. 그러나 항구에서 남쪽으로 천 리를 가면 나오는 바람의 땅을 똑똑히 기억한다. 그곳에는 들쭉날쭉한 해안선이 있고, 여기저기 흩어진 검은 현무암 집과 넓은 초원, 안개가 겹겹이 에워싼 산이 있다. 돌과 바람의 섬 제주 어딘가, 역사를 간직한 숲 곶자왈과 봉우리에 구름을 얹은 한라산 사이에서, 우리 아버지가 사라졌다.
어린 환이였다면, 많은 사람의 의뢰로 옥반지 도난 사건이나 죽은 매 사건 같은 소소한 문제들을 수도 없이 해결한 그 소녀였다면 희망을 버리지 않고 우리 가족의 옛집에서 깨어난 두려움에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두려움은 내게 말했다. 아버지가 정말로 돌아가셨을지 모른다고. 이제는 어느 집, 어느 방도 아버지의 웃음으로 채워지지 않을 것이라고. 딸아, 내 딸아. 나를 부르는 아버지의 목소리를 다시는 들을 수 없을 거라고.
하지만 매월의 말이 옳았다. 우리는 자매다. 이 수사가 끝날 때까지 밧줄의 매듭처럼 엮인 사이다.
어깨가 앞으로 축 처졌다. 땅으로 떨어져 웅크려 있고 싶었다. 이런 기분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웠다. 어떻게 질투할 수가 있지? 매월은 어릴 때 버림받고 5년 동안 부모 없이 살았다. 어떻게 그런 애에게 감히 시기심을 느껴?
“지금도 같이 수사하고 싶어?”
내 목소리에서 분노와 힘이 다 빠진 듯했다.
매월의 눈에서 칼날이 사라졌다.
“응.”
“진실을 알고 싶어? 아무리 끔찍하다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