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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한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91193024300
· 쪽수 : 504쪽
· 출판일 : 2023-10-06
책 소개
목차
1장 사곡담
2장 연등회와 귀 이야기
3장 풍운뢰우제
4장 수국귀전
5장 마지막 쟁탈전
작가의 말
프로듀서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빈이 남자를 노려보았다.
“무얼 원하는 게요?”
“아, 말뜻을 빨리 알아듣는 분이시군요. 그건 마음에 듭니다.”
“대답이나 하시오.”
“이런 걸 가지고 다닐 정도면, 보통 사람은 아닌 듯싶은데. 그쪽도 벽사가요?”
그 말에 빈이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
“그쪽‘도’?”
남자가 품에서 꺼낸 흰 비단부채를 소리 나게 펴들며 대답했다.
“왜요. 벽사가를 하기엔 제가 너무 잘생겼습니까?”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당당하게 대놓고 자신더러 잘생겼다 말하는 남자의 눈꼬리가 아래로 휘었다.
“그래요. 솔직히 말하면 벽사 일보다는 얼굴값을 더 잘합니다. 그러니 나를 좀 도우시지요.”
훅.
시선이 마주쳤다. 너무 가까웠다. 창백한 남자의 피부 아래 혈관까지 보일 것만 같았다. 반쯤 얼굴을 가린 긴 머리칼과 새빨간 귀걸이. 그 모든 게 비현실적이었다.
죽음이 사람의 형태를 하면 이런 모습일까.
그런 생각이 든 순간, 빈은 이상한 기시감에 휩싸였다. 분명 예전에도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지 않나.
그게 언제였더라?
“……대체 당신은 누굽니까?”
남자의 긴 머리칼이 바람에 날렸다. 사방에 깔린 어둠도 그와 비교한다면 밝아 보였다.
빈의 물음에 남자는 말을 골랐다. 내놓을 수 있는 수만 가지 대답 중에서 하나를.
“글쎄요. 이승과 저승에 발을 하나씩 걸친 자라고 해 두지요.”
왕의 자리, 누구나 바라는 권력의 정점.
그러나 휘에게는 어쩌다 보니 인생이 자신을 이 자리에 데려다 놓았다는 말이 더 맞았다. 물론 왕가의 피를 잇긴 했지만 방계의 핏줄이었다. 왕의 자리에 오르는 건 꿈도 꾸지 못할 정도의 서열이었다.
하지만 영의정 한길전의 하나뿐인 딸과 혼인을 치른 후, 인생의 흐름이 바뀌었다.
처음부터 이야기가 많았다. ‘그’ 영의정의 하나뿐인 딸이 왕자도 아니고 세손도 아니고 저 먼 방계의 자산군에게 시집을 간다니. 다들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다고 말들을 해 댔다.
그러나 휘는 한길전의 딸, 한채령의 둥글고 고운 눈을 처음으로 바라보았을 때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왕비가 되고자 태어난 자입니다.”
고작 열몇 살짜리의 눈이 그렇게 형형하게 빛날 수 있는지 휘는 처음 알았다.
왕비가 되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 하나는 왕비로 간택이 되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어떻게든 자신의 지아비를 왕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한길전과 그의 딸 채령은 두 번째 방법을 선택했다. 채령과 혼인했을 때, 휘는 한씨 가문이 어떻게 해서든지 자신을 왕의 자리에 올려놓을 것임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