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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한국 과학소설
· ISBN : 9791193024386
· 쪽수 : 340쪽
· 출판일 : 2024-01-25
책 소개
목차
1장 사라졌다 나타나는 마술처럼
2장 비워 둔 방
3장 무언가 섞여 온 게 아닐까
4장 인간이 아니다
5장 절대로 갈 수 없는 곳
6장 내가 꾸는 꿈에 머물러 줘
작가의 말
프로듀서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도즈는 오랜 시범 운영 기간을 거쳐 3년 전에 처음으로 상용화되었다. 이후 이용객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스테이션도 대거 증설되었다. 이에 따라 지구 전역이 말 그대로 1일 생활권이 되었다. 부산에서 눈을 떠서 뉴욕에서 브런치를 먹고 오후에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를 거닐다가 밤에는 아이슬란드에서 오로라를 감상하는 식의 하루짜리 여행이 가능해진 것이다. 소셜 미디어에선 하루에 10개국의 랜드마크를 배경으로 인증 영상을 올리는 챌린지가 유행하기도 했다.
한편 태하는 이따금 영조의 말을 떠올리곤 했다. 그녀는 형이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면 연락해 달라고 했었다. 그걸 의식한 탓인지는 몰라도 태하가 기억하는 형의 모습은 지금 형의 모습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았다. 물론 오랜 세월이 흘렀으니 기억이 윤색되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태하의 관점이 달라져서일 수도 있다. 어릴 적 재미있게 봤던 TV 프로그램이 커서는 시시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매사 척척 해내고 여유롭던 형도 어른의 시선으로는 마냥 대단해 보이지만은 않을 것이다. 더욱이 낯선 세상에 뚝 떨어졌으니 서투르고 불안해하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단순히 그런 문제일까? 이유는 몰라도 태하는 형의 서늘한 시선에 머리끝이 쭈뼛한 적이 몇 번 있었다. 그럴 때면 형에게선 뭐라고 꼬집어 표현하기 어려운 불온한 분위기가 풍겼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는 아니었고 그런 느낌이 오래 지속된 것도 아니었다. 따라서 일립시스에 알릴 생각도 없었다.
해킹 또는 해프닝으로 시청자들의 의견이 모아질 무렵 멀리서 섬광이 번쩍거렸다. 그와 함께 굉음도 울렸다. 화면이 흔들렸고, 태하가 앉은 벤치에도 진동이 전해졌다.
“허억!”
태하는 당황하여 입을 틀어막았다. 드론을 조작하던 윤모는 태하의 신음에 흡족한 듯 슬며시 미소를 머금었다.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은 서강대교였다. 다리의 가운데 토막이 뚝 끊어져 있었다. 단순히 무너진 게 아니라 폭발물에 의해 폭파된 것이었다. 방송은 끝까지 아무런 설명 없이 폭파 현장의 상공을 유유히 비추다가 시작할 때 그러했듯 갑작스레 종료됐다. 방송 시간은 겨우 15분 남짓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