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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3412572
· 쪽수 : 352쪽
· 출판일 : 2024-11-07
책 소개
목차
당신을 위한 낯선 천국
집으로 가는 길을 알려 주세요
낭만적 진실
유령들
태양 속으로 한 발짝
경수주의보
툭
종점만화방
해설
이 선을 넘지 마시오
―최선영(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래 이건 잔혹한 마술이야.”
가슴에 안은 쇠몽둥이가 새털처럼 가볍게 느껴진다. 자꾸만 발끝이 허공에 들린다. 설의 몸은 헬륨 가스가 가득 든 풍선 같다. 설은 하늘로 날아가 버리지 않도록 갑판과 연결된 철제 사다리를 잡는다. 16배 느린 화면처럼 사람들의 움직임이 뚝뚝 끊긴다. 모든 소리가 귀에 닿기 전에 휘발되어 버린다. 설은 갑판에서 발이 떨어지지 않도록 발끝에 힘을 준다. 어릴 적 보았던 마술 쇼처럼 자물쇠가 풀리면 다시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오리라고 생각한다. 피를 흘리는 사람도 없을 것이라, 비명을 지르며 뛰어다니는 사람도 없을 것이라, 차라리 죽여 달라고 애원하는 사람도 없으리라 생각한다.
―「당신을 위한 낯선 천국」
나는 마치 거인국에 사는 소인 같았다. 서점을 찾아 들어오는 사람은 없었다. 사람들 눈에는 서점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가끔 서점 앞을 기웃거리는 사람은 있었지만 문을 열고 들어오진 않았다. 시간이 멈춰 버린 시계에 갇힌 것 같았다. 순두부찌개를 먹는 시간만이 유일하게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집으로 가는 길을 알려 주세요」
그토록 원하던 추위와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고, 굶지 않아도 되자 이상하게도 도무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생기지 않았다. 희곡은 여전히 옥상 난간에 서서 자살하려는 남자의 장면에 멈춰 있었다. 걱정하지 않고 먹고 잘 곳이 생기자 남자에게서 자살할 이유가 사라져 버렸다.
―「낭만적 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