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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달콤한 픽션](/img_thumb2/9791193412695.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3412695
· 쪽수 : 304쪽
· 출판일 : 2024-11-30
책 소개
목차
선인장 화분 죽이기
팩토리 걸
달콤한 픽션
패밀리마트
소설가 중섭의 하루
러브 앤 캐시
달용이의 외출
까마귀 소년
해설
시대 유감
―허희(문학평론가)
추천사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남편이 아파트 출입구에서 나와 이제 막 모퉁이를 돌아 옆집 베란다 밑을 지날 순간, 나는 재빨리 베란다에 놓인 화분을 훑어보았다. 오늘은 어떤 화분이 좋을까. 금호, 마블, 부채선인장과 백단, 황금사, 흑목단, 귀면각이 좁은 베란다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전부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되는 다육식물이었다. 몸을 숙여 발밑에 놓인 멜로칵투스 화분을 집었다. 가시가 달린 뭉툭한 몸체 위에 빨간 고추를 세로로 심어 놓은 듯 씨앗이 네댓 개 꽂혀 있었다. 일정한 나이에 도달해야 꽃을 피우는 멜로칵투스는 아직 한 번도 꽃을 피우지 못했다.
―「선인장 화분 죽이기」
사람이 사람을 밀어내는 순간이 있다. 그것은 의도되었든 아니든 밀쳐짐을 당하는 쪽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묘한 기류를 타고 전달되는 그 느낌이 사람을 무력하게 만들었다. 사랑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말은 진심이었다. 뜨겁지 않아서 미지근해서 안심했다는 말도 거짓이 아니었다. 하지만 상대는 변했고 감정은 지나갔다. 내가 슬픈 것은 윤과의 헤어짐이 아니라 혼자 남겨지는 두려움이었다. 어쩌면 정말 슬픈 건 차가워진 마음이 아니라 절대로 따뜻해지지 않는 마음이었다.
―「팩토리 걸」
극장을 나서며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공식처럼 해프닝은 그저 해프닝으로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결정적 사건도 결말을 아름답게 빛내 주는 장치 역할만 하고 말끔하게 사라져 준다면 좋을 텐데. 그렇다면 현실도 몇 컷의 재빠른 장면 전환으로 사랑과 이별, 시련과 상처가 해결될 수 있을 터였다. 그래, 그럴 수만 있다면 미주도 자신이 겪은 아픔을 다가오는 새로운 사랑으로 쉽게 치유할 수 있을 거였다. 그럴 수만 있다면 나도 앞뒤 재지 않고 수월하게 진심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 사랑할 수 있을 거였다.
―「달콤한 픽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