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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2333014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22-05-30
책 소개
목차
박사랑
재난이 경고음을 울릴 때
내가 못 가니까 네가 와
한 뼘 더 넓어지면
목요일에 만나요
립스틱이라 쓰고 기세라 읽는다
빈 벽을 찾아서
얼굴을 인식할 수 없습니다
열 시의 지옥철
김산아
과학맹신주의자들
작고 청승맞은 나의 우주
자격지심 여행기
누가 따라온다
최지애
파랑새노래방
방과 방 사이
팬데믹 러브
코로나 때문에
김 은
반경 1미터의 삶
당신의 안부를 묻습니다
Ctrl-C Ctrl-V 여행
어느 편집자의 고백
장재희
잊지 마세요
도시의 밤
프리미어 룸
심야배달
신주희
코로나 44 극복기
코로나 시대의 이별
아주 사적인 생존 신고
화상인 관측기
혼밤
한숙현
버튼
약속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 뒤로 나는 카메라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의 배경을 보았다. 어느 사람 뒤에는 벽을 가득 채운 책장이 있었고 또 다른 사람 뒤에는 모던한 그림 액자가 있었고 또 다른 누군가의 뒤에는 은은한 빛이 도는 스탠드와 컬러풀한 소파가 있었다. 나는 그 배경을 보면서 자주 그것들을 부러워했다. 누군가의 뒤를 채우는 교양과 우아, 그리고 안목과 재력을.
‐ 박사랑 「빈 벽을 찾아서」 부분
가족의 휴식과 안정을 위해 노력할수록 나는 불편하고 불안정해졌다. 엄마 내 택배 어디 있어? 여보 장볼 때 아이스크림도 사 와, 온라인 수업이 연결 안 돼, 밖에 누구 왔나 봐, 샤프가 없어졌어, 마데카솔 여기 뒀었는데, 엄마, 여보.
식구들은 나 역시 집의 일부라고 느끼는 듯했다. 물을 마시기 위해 꺼내는 컵이나, 먼지 앉은 바닥을 쓸어내는 청소기나, 심심하면 트는 텔레비전처럼, 집 어딘가에 있는 유용한 무엇. 그들에게 나는 집이 되어갔고, 내가 머물 공간은 사라졌다.
‐ 김산아 「작고 청승맞은 나의 우주」 부분
이 모든 걸 코로나 때문이라고 말해도 될까. 코로나 때문에, 하고 말하면 이해되지 않는 게, 용인되지 않는 게 없었다. 코로나 때문에, 하고 말하면 남들과 비슷한 수준의, 남들과 다르지 않은 정도의 삶을 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코로나 때문에, 하고 말하면 다른 건 다 이유가 되지 않으니까, 다른 건 다 별거 아닌 게 되었으니까 그러므로 모든 건 다 견딜 만하고 감당할 만한 것들이 되었다.
코로나는 나에게 좋은 핑계가 되어주었다. 내 삶의 제약도 코로나 때문이면 좋겠다. 내 삶의 무게도 코로나 때문이면 참 좋겠다. 지나가리라는 희망을 우리가 서로 나눌 수 있었으면, 나아질 거라는 믿음을 각자라도 품을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것이 터무니없는 코로나 예찬일 리 없다. 코로나 때문이다. 아니다, 코로나 때문만은 아니다.
‐ 최지애 「코로나 때문에」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