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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음악 > 음악이론/음악사
· ISBN : 9791193480045
· 쪽수 : 64쪽
· 출판일 : 2023-11-03
책 소개
목차
총론
노래하는 음악, 노래하지 않는 음악
서문
구성
루트비히 판 베토벤
대푸가, Op. 133
책속에서
서양 음악사에서 형성되어 온 음악은 어느 순간 노래나 선율 중심의 구조에서 조금씩 멀어져 한층 더 크고 복잡한 구조체를 이뤘다. 서양 음악사의 전통에 기반한 작곡가들은 좋은 선율보다 좋은 구성을 만드는 일에 더 집중하는 것 같기도 했다. 탁월한 구성을 위해서는 선율과 리듬, 화성, 텍스처, 형식 등 전체를 조직하기 위해 필요한 각각의 언어를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어야 했고, 이는 서양 음악에서 형성되어 온 관습적 언어와 그 쓰임새에 대한 충분한 선이해를 요구했다.
카바티나 악장은 베토벤의 곡 중에서도 가장 안정적으로 노래하는 곡 중 하나고, 대푸가는 그의 모든 곡 중에서도 단연 가장 난해하다는 평을 받았던 곡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푸가 피날레의 의미는 감히 해석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중국어처럼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베토벤의 ‘대푸가’에 대해 널리 회자되는 익명의 비평은 이 곡을 중국어에 비유한다. 이것은 신랄한 혹평으로 여겨지지만, 한편으로는 이 음악에 대한 예리한 판단 같기도 하다. 이 곡을 그저 듣기 싫은 소리가 아니라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을 뿐, 나름의 체계를 갖춘 ‘다른 언어’라고 이해하기 때문이다.
구성을 듣는다는 일은 음악의 근본 조건에 위배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음악은 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처럼 여겨지는 선형적 시간 위에서, 소리 난 뒤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새로운 소리를 계속해서 만들어 내지만, 구성을 바라보는 이들은 그 순간에 집중하는 동시에 사라진 소리를 계속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두 개의 시간 축을 동시에 활성화하는 일은 청취를 단순한 청각적 경험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점과 점들로 연결된 어떤 상을 떠올리는 일로 확장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