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음악 > 음악이론/음악사
· ISBN : 9791194232070
· 쪽수 : 88쪽
· 출판일 : 2024-11-15
책 소개
목차
총론
노래하는 음악, 노래하지 않는 음악
서문
틱, 톡, 촉, 또는 망치 두드리는 소리
프랑수아 쿠프랭
틱, 톡, 촉, 또는 망치 두드리는 소리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1권, 프렐류드와 푸가 C장조, BWV 846
프레데리크 프랑수아 쇼팽
연습곡, Op. 10, No. 1
프렐류드, Op. 28, No. 16
프란츠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 No. 5 ‘도깨비불’
클로드 드뷔시
연습곡, L. 136, No. 6 ‘여덟 손가락을 위하여’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
토카타, Op. 11
책속에서
음형 중심의 곡에서는 어떤 항상성이 발견된다. 리듬은 큰 변화 없이 그야말로 평온하게 반복되며, 음악적인 흐름은 주로 음정 구성의 자원이 되는 화성에 의해 결정된다. 로저 스크루턴은 “음형은 건축의 몰딩과 유사하다. 양쪽 끝이 열려 있어 끝없이 반복할 수 있다. 프레이즈를 모티프가 아닌 음형으로 들을 때, 우리는 그 음형이 강렬하고 선율적이더라도 이를 배경에 배치한다”고 말한다. 여기에는 리드미컬하게 변화하는 모티프나 계속해서 기승전결의 흐름 안에서 무언가를 진행시키는 드라마가 없다. 이는 ‘비서사적인 음악’이라 부를 만한 것이었다.
쇼팽의 프렐류드와 에튀드에서 음형은 선율을 보조하지 않았다. 그 음악에는 음형을 부수적인 것으로 만드는 선율 자체가 부재했다. 그 곡을 기억하는 데 가장 유용하게 쓰일 얼굴 같은 선율 없이, 무수한 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긴밀하게 엮이며 하나의 구성체를 이뤘다. 이들은 명확한 기준으로 분리되지 않은 채 한 덩어리가 되어 움직였다. 음형으로 이루어진 곡에서 음악의 질서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재편됐다.
음형으로 이루어진 곡들의 전개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이 곡들에는 다양한 리듬을 관찰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음형이 지닌 기본적인 리듬이 도드라지기도 하지만 그 너머에 있는 화성 리듬, 프레이즈들의 길고 짧음이 형성하는 리듬, 움직임의 폭 변화에서 비롯되는 리듬, 지속과 변화가 교대하며 만들어 내는 리듬 등. 음형 중심의 곡들에서는 훨씬 다채로운 방식으로 시간의 흐름이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