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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음악 > 음악이론/음악사
· ISBN : 9791194232087
· 쪽수 : 68쪽
· 출판일 : 2024-11-15
책 소개
목차
총론
노래하는 음악, 노래하지 않는 음악
서문
소나타
프란츠 리스트
소나타 B단조, S. 178
책속에서
이 이름 없는 B단조의 「소나타」도 다분히 논쟁적인 해석과 연결되어 왔다. 널리 알려진 해석들 중 일부는 다음과 같다. “이 소나타는 괴테의 『파우스트』에 관한 음악적 초상이며, 여기에는 파우스트와 그레첸, 메피스토텔레스라는 주인공들을 상징하는 테마들이 있다.” “이 소나타는 신성과 악마적인 것에 관한 것이다. 이는 성경과 존 밀턴의 『실낙원』에 기반한다.” “이 소나타는 에덴동산을 배경으로 한 우화다. 이는 인간의 타락을 다루며 신과 루시퍼, 뱀, 아담, 그리고 이브의 테마를 포함한다.” 음악에는 늘 다양한 해석이 이어지곤 했지만 리스트의 표제 없는 단악장 피아노곡, 「소나타」에 뒤따른 서사의 규모는 유독 거대했다.
리스트의 「소나타」에는 그 어떤 표제도 없고, 리스트 또한 이 곡에 대해 어떤 이야기도 덧붙이지 않았다. 주제들은 제시되고, 전개되고, 자라나며, 한데 엮여 움직인다. 때론 그 과정에서 비대칭적인 프레이즈들이 산만하게 흩어지고, 예상치 못한 영역으로 나아간다. 「소나타」는 정립된 형식을 뒤로한 채 한껏 흐트러진다. 이 프레이즈 다음에 저 프레이즈가 왜 오는지에 대한 당위를 따져보기는 쉽지 않고, 이 곡은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들리기보다는 계속해서 그 흐름에 대해 질문하게 한다.
이 음악이 그렇게 구체적인 서사에 비견되는 것은 그 말 없는 음악만으로 특정한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게 할 정도로 섬세한 음악의 언어를 구사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소나타」는 반대로 ‘음으로 움직이는 움직임의 형식들’이 특별히 더 정교하고 입체적으로 구현되었기 때문에 폭넓게 해석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것은 아닐까. 표제음악이 아닌, 오히려 절대음악의 언어가 극대화된 상태였을 가능성은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