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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3615386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25-08-25
책 소개
목차
** 시인의 말
1부 좌절과 희망을 품다
지금은 집으로 가자 14
함박눈 16
민들레꽃 18
꽃이 된다는 희망 20
백무동에 가면 22
꽃이 피고 져도 24
폭우 내리던 밤 26
눈물이 나요 28
이별은 오후 4시에 30
실연失戀 32
설야 33
어떻게 너를 잊을 수 있겠어 34
선유도에서 36
눈사람 38
2부 지구를 생각하다
숨 쉬는 마네킹 40
회색코뿔소가 오는 밤 42
소문난 구름식당 45
결빙 소식 48
지구 생각 오후 4시 50
남쪽 바다 사량도에서 52
신용불량자 53
아기고래가 아파요 54
그 여름의 정령들 56
우포라는 늪이 된 사내 58
검은 훈장 60
네가 좋아서 62
움츠린 고양이: 가자지구의 절망 64
대관령 목장 66
3부 세상을 향해 말을 걸다
나의 낡은 아파트 68
노숙자, 영등포역 계단에 잠들다 70
빵이 없네요 71
파리바게트에 가고 싶다 72
박스를 짊어진 남자 73
빈말을 삼키며 74
내 마음이 삭아서 75
겨울이야, 목련 76
지금은 섬으로 가자 78
모델하우스를 부수며 80
큰 개 82
거미의 집 84
섬 86
겨울고양이 88
4부 그리움, 일상에 물들다
나의 얼굴 90
탐진강耽津江에서 93
너의 사막에서 94
나는 도시를 떠난다 95
붕어빵을 사다 96
우리집 냉장고 98
만성질환 100
한 번 깨물어 보세요 102
택배상자를 열며 104
허수아비를 생각하며 106
그리운 어머니 108
암센터 다녀오던 날 109
겨울 공원 110
** 해설
삶을 꽃이라 부르기 위하여┃박동억(문학평론가)
저자소개
책속에서
꽃이 피고 져도
열병이 든 여자의 가슴에서
술 냄새가 났다
기다리다 지친 사람의 마음을
어찌하라고 봄바람은
그토록 취했단 말인가
꽃은 피고 지고
인생의 허물도 그렇게 스스로 무너졌건만
뜨거운 눈길
희멀건 얼굴
도무지 봄 같지 않아
홀리는 바람처럼 소리도 없이 울고 나니
맨눈에서
한 시절 태우다 간
사내가 지나간다
지금도 밤이 되면
혼자서 꿈이 되어버린 사랑
속절없이 봄볕이 잠을 깨운다
선유도에서
수평선에 말없이 누웠다가
날이 저물면
거친 숨을 몰아쉬며 파도가 다가왔다
성난 파도는 먼 바다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심연의 바다에도 별이 뜬다고
푸른 해초를 헤치며 가오리들이 날아든다고
새벽녘 푸른 하늘 더욱 검푸러
눈조차 뜰 수 없는 어둔 밤인데
어린 새싹들은 인사를 한다고
선유도에서는
사라진 소녀의 입술에
얼어붙은 눈꽃에
바람 한 번 재우지 못한 섬이
수평선 위에 지친 얼굴 하나 덩그러니 올려놓고
출렁이는 바다에게 묻는다
그리움이 밀려오냐고
이제는 넘칠 때가 되었냐고
선유도에서는
잠잠하던 파도가 말없이 일어선다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이 날을 세워
가슴을 친다
바위처럼 무심히 바라보며
달빛 흐드러진 바다에 마지막 눈물 쏟으며
조용히 말을 건넨다
소문난 구름식당
안개가 자욱하던 날이면
식당 앞에는 구름사다리를 타고 올라온 사람들이
줄지어 있었다
구름사다리는 안개가 걷히고 난 뒤
잠깐 동안 걸려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사다리를 타기 위해서 새벽부터
번호표를 받아야 한다는 소문이
쫙 깔려 있었다
소문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 식당의 주방장은
칼을 대지 않고 불을 피우지 않고도
요리한다는 것이었다
지구가 이상하다며 메뚜기 여치 방아깨비가 먹을
새로운 메뉴를 만들기도 하고
겨울철이면
맨날 굶주림에 시달리는 고라니 노루 멧돼지들을 위해
특식도 준비한다는 것이었다
어느 날부턴가 주방장은 번개라도 치는 날이면
등심이며 안심을 먹기 위해
일찍부터 줄을 서는 사람들에게
천둥 같은 호통을 내리치지만
식당에 오지 못해 아쉬워하는
나무며 새며 지렁이들을 위해서는
때때로 단비 같은 육수를 내려준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식당을
특별한 맛집이라고 소문을 냈고
별 다섯 개를 달아주었다
구름 속에서 빛나는 별을 보기 위해
주방장은 요즘
식당 출입문에 "뜬구름탕은 팔지 않는다"라고
써 붙여 놓았다 한다
가스로 지져대는 뜨거운 가마솥에 푹 고아 내는
시뻘건 뜬구름탕
먹어도 먹어도 허기를 채울 수 없는 허탕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맹탕
사람들의 인기 메뉴를 외면하는 이 식당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