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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3615393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25-09-20
책 소개
목차
** 시인의 말
1부 그때쯤 저 혼자 숨어 우는 새들 없겠지요
모두 슬픔으로 우거지기를 12
로드킬 3 13
폴리스라인 14
꽃배달부 16
작명 18
건기 19
욕 20
부검剖檢 22
밤의 용도 23
저녁은 부르지 않아도 온다 24
호미곶 26
흰눈썹북방긴발톱할미새 27
그지 같은 날의 수다 28
전봇대 30
새똥 31
건전지와 소리 그리고 시간 32
굿모닝 내 사랑 34
봄동 36
2부 수캐가 목줄을 당겨 내 말문을 막았다
만유인력 38
청둥오리와 평화유지견 39
언더독 40
시집과 벌집 44
소인국 2 46
장마 전선 47
먼지 50
복어 51
개띠 52
경첩 53
바람이고 바람일 거야 54
물음표 56
선유리 58
처서 59
제비와 박꽃 60
꿈꾸지 않는 돌처럼 61
국어國魚의 죄 64
노을 66
3부 나도 닥치는 대로 웃으면서 욕을 했다
오우무아무아 68
공전公轉 2 71
해장국 72
한여름 낮의 궁상 74
딱새 76
음메 77
도원桃園 78
동치미 80
행복과 불행의 식습관 82
닥대가리 83
전두엽 근황 84
밧줄 85
하이힐 2 86
일부러 88
민주적이면서 주기적인 후유증 91
물 위를 걷는 방법 92
파괴의 신 94
내 이름은 묻지 말고 96
4부 이제는 돌에 맞아도 툭툭 털면 되겠어
바람꽃 100
비빔국수 101
흑싸리 껍데기 102
해충적이고 망국적인 나의 정치적 색안경 104
개같은 진화 105
드라이아이스 106
동화적 오해 혹은 동물적 감각 107
휘파람 108
마애불磨崖佛 110
안드로메다 112
모래 113
소리 나는 대로 살기 114
무성생식無性生殖 116
내 사랑 쏘리 크리스마스 117
나무늘보 118
우 ― 우 ― 120
지리산智異山 121
유익한 바이러스 123
춤 124
저자소개
책속에서
폴리스라인
지혈을 놓친 색은 과다하게 붉습니다
의혹의 조각들이 유리 파편처럼 깔려 있고 용의선상은 인상착의들로 무성합니다만 대부분 얼굴을 가리고 있어 특정하기 힘듭니다 주저한 흔적들은 이미 비에 씻겼고 동선은 저 혼자 밟은 계단과 저 혼자 올라간 어둠으로 이어져 봄밤의 알리바이들은 추가 조사 없이 폴리스라인을 빠져나갑니다
여럿이 혼자 얼마나 어둡게 걸었을까요
꽃말은 제 꽃잎에 의미를 감추어서 잘 들리지 않고 못 다 핀 심증은 뿌리가 있더라도 물증으로 피기 어렵습니다 다만 죽음도 놓지 않으면 죽은 게 아니어서 구멍 뚫린 허공은 바닥을 들여다보고 미련은 맨발로 미궁을 들락거리고 한 계절을 놓친 옥상은 종일 중얼댑니다
꽃잎에 기록된 일조량, 아! 숨막히게 희미합니다
도원桃園
큰댁 아저씨는 복숭아를 좋아하셨다
틀니로 잇몸 같은 복숭아 살점을 물어 뭉텅뭉텅 자시다가 가래가 좀 내려가고 배가 좀 차시면 생각이 닥치는 대로 눈가의 진물처럼 끈적끈적하게 억울해하시다가 외아들의 이름을 입에 올리실 때는 뼈다귀만 남은 왼손을 들어 방바닥을 내려치셨다 그때마다 백 년쯤 묵었을 돈벌레들이 아랫목 구석에서 뛰쳐나왔다가 인기척을 느끼고는 다시 들어가고는 했다
결국은 그래설라무네 사람이란 게 결국은
이제 만사 다 귀찮다는 듯 다 집어치우고 사람, 그러니까 삶을 단번에 요약해버리시려다가 다시 목이 마르신지 놋쇠 수저로 깡통에서 복숭아 한 토막을 꺼내무시고는 오물거리셨다 나는 그 결국의 끝을 듣기 위해 가끔 펭권표 황도 통조림을 사들고 큰댁을 찾아갔으나 아저씨는 허리 아래를 솜이불로 덮어놓고 매번 펭귄처럼 결국은, 결국은, 말을 뒤뚱거리시다가 깡통에 눈이 팔리셨다
결국은 사람이란 게 결국은 복숭아가 맛있어
아저씨는 침 냄새와 단내와 지린내를 견디느라 누렇게 들뜬 한옥 등기와 풍양 조씨 족보를 다락에서 꺼내 검버섯 잔뜩 핀 검지로 꾹꾹 짚어나가시다가 까무룩하게 고개를 떨구시고는 했다 나는 큰댁을 나설 때마다 빈 깡통 같은 결과만 있고 과즙 같은 과정은 다 빠져나갔으나 입에는 착착 달라붙는 그 구절을 웅얼웅얼거렸다
결국은 그래설라무네 결국은 결국은
언더독
옆은 싱겁게 나는 짜게 먹는 편입니다
큰아들놈이 묻습니다 손자가 좋아요 손녀가 좋아요 동전을 던집니다 여자가 생길까요 남자가 생길까요 남자든 여자든 대개 오차 범위 안에 들어오겠지만 내 생각은 자주 바깥이고 분란의 구멍입니다 떡두꺼비를 던지면 남녀 차별이 나오나요 나는 앞면일까요 뒷면일까요
앞을 던지면 질이나 제철이 나옵니다
나는 양일까요 사계절일까요 여자 측면에서 보면 딸기 두 팩이 나을까요 사과 여덟 개가 나을까요 어쩌다 하나 남은 아이스크림 꺼내 먹고 사과를 내밀었더니 오른손을 젓습니다 술병을 들여다봤더니 배나 들여다보고 작작 좀 먹으라고 눈을 흘깁니다 행복이나 안정감은 남자와 여자에게 전혀 다른 뜻인가요
오른쪽은 된밥 나는 진밥이 싫습니다
공원과 뒷산을 던지면 어디가 많이 나올까요 가끔 오른쪽은 우리는 안 어울리면서 어울린다고 신기해합니다 결혼식 사진을 던지면 아무렇게나 던져도 사랑이 나올까요 등 좀 긁어달라고 했더니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닭처럼 푸드덕 마당으로 날아갑니다 바이올린과 거문고는 교향악에 적절합니까
가족에 대한 생각 차이는 생식기에서 나올까요
이해의 방식으로는 야합이 좋을까요 방사가 좋을까요 어떤 확률은 고환의 크기를 결정하기도 합니다 고릴라는 호두만 해졌고 침팬지는 달걀만 해졌습니다 쓸모없는 걸 던지면 퇴화가 나올까요 진화가 나올까요 엘리베이터에서 본 여자 얘기는 대화 소재로 적절하지 않습니까
안에서 걸어 닫은 문은 잘 열리지 않습니다
옛날 젊었을 때를 던지면 희한하게 내 잘못만 나옵니다 죄가 수북해서 저항 의지를 상실한 채 거실 바닥에 널브러진 털들을 젖은 걸레처럼 쭈그리고 앉아 스카치테이프로 찍어냅니다 털은 서식지에 따라 생김새가 다릅니까 대보지 않아도 여자는 길고 남자는 짧습니까
위는 건더기를 좋아하고 아래는 국물을 좋아합니다
여섯 살 차이를 던지면 의리가 나올까요 잉꼬가 나올까요 털이나 심증이나 애증이나 토막을 낸다고 육안으로는 남녀를 구분할 수 없습니다 요즘 부쩍 팔뚝 근육량이 줄어들고 엉치뼈에 바람 차는 거 같습니다 마당에서 암캐 배 밑에 깔린 수캐처럼 웅얼대다 두 손 꼬깃꼬깃 접어 선악과 강약에 대한 인식 오류로 나 보기만 하면 짖는 옆집 검둥이에게 던져주고 안으로 들어와 김치콩나물국 끓입니다
꼬리를 던지면 출구가 보일까요 입구가 보일까요
밥은 먹어야지 하고 닫힌 방문 앞에다 식욕을 물어다놓고 뒷덜미를 긁습니다 나를 던지면 애완견이 나올까요 투견이 나올까요
어쩌다 내 머리카락은 온통 미운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