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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미술 > 미술 이야기
· ISBN : 9791193842553
· 쪽수 : 212쪽
· 출판일 : 2025-12-24
책 소개
마음에 울림을 주는 섬세한 문장들
그림과 문장 사이사이 얽힌 이야기들을 길어 올려
내밀한 삶과 엮어낸 내 영혼의 미술관
마음에 스며든 그림과 문장들을 유영하다!
읽는 사람 이소영이 밀도 있게 건져 올린 매일 밤의 다정한 기록
우연히 마주친 한 점의 명화가 오래도록 마음속에 머물 때가 있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울림이 느껴지고, 화가가 포착한 순간의 정서가 내 마음과 공명한다. 문장도 마찬가지다. 고요 속에서 책장을 넘기다가 마음 깊은 곳까지 스며드는 문장을 만날 때, 우리는 그 문장을 되새기며 지금껏 겪어 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뜬다. 이 책은 이렇듯 그림과 문장이 만나는 순간을 펼쳐놓고 독자들을 초대하는 감각적인 사유의 전시회이다. 오랫동안 활동해 온 미술 에세이스트 이소영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틈틈이 저장해 둔 명화와 책을 읽다가 마음에 흔적을 남긴 문장을 연결해 큐레이션했다.
저자는 한 점의 그림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마치 깊은 물속으로 잠수하는 것과도 같았다고 고백한다. 표면에서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고, 화가의 붓질 하나, 색의 조합 하나에도 이야기가 흐른다. 저자는 그 이야기들을 길어 올려 아름다운 문장과 연결하는, 고독하고도 풍요로운 밤의 시간을 선사한다.
마음의 ‘울림’이 쌓이는 순간, 오롯이 나를 위한 찬란한 ‘기억’이 된다!
내 영혼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사각거리는 밤 컬렉션
책에 수록된 그림들은 우리가 자주 봐서 익숙해진 유명 작품이기보다는 일상의 행복, 인간의 내면, 삶과 죽음, 예술에 대한 생각 등을 독자적인 시각으로 담아낸 작품들이다. 평소 저자가 힘들 때마다 꺼내 보던 위로와 사유의 그림 48점을 한데 모아, 매일 밤마다 하나씩 이야기를 들려준다. 수집한 문장 또한 작품을 그린 화가의 자기 고백이 담긴 말부터, 삶에 대한 성찰과 기쁨을 배가시켜 주는 말까지, 말할 수 없는 감정의 결들을 깊이 있게 드러낸 것들이다.
예를 들어 아홉 번째 밤에, 저자는 레옹 스필리에르트의 <어부의 아내>에서는 고개를 살짝 숙인 채 바쁘게 걸어가는 여인의 발걸음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풀어낸다. 평생을 불면증에 시달리며 밤마다 해변을 산책한 화가의 삶, 유화 대신 새벽의 덧없는 감정들을 빠르게 붙잡고자 했던 파스텔화 방식, 말 대신 감정을 말해 주는 몸의 규칙성과 리듬, 이 모든 해설이 “삶이 늘 시적이지는 않을지라도 최소한 운율은 있다”는 문장으로 압축되어 마음을 파고든다. 이제 화가의 붓과 작가의 펜으로 엮어낸 지금 여기의 순간들을 만나 보자.
“눈으로 스쳐 지나간 것들이 손끝을 거쳐 종이 위에 내려앉을 때,
비로소 내 것이 되었다”
감응에서 사유까지, 손끝에서 만나는 그림과의 대화
때론 ‘눈보다 손이 깊게 읽는다.’ 그래서 이 책에는 여백을 두었다. 이 여백은 온전한 독자의 공간이다. 저자의 그림 해설을 읽고 책 속 문장을 다시 한번 음미하며 필사하는 노트로 활용할 수도 있고, 그림을 보고 느낀 감상이나 생각을 자신만의 언어로 다시 담아도 좋다. 저자는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그렇게 능동적인 독자가 되어 주길 제안한다.
보고, 읽고, 쓰는 체험은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색다른 그림 감상법이자,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미술적 체화의 시간이다. 일상의 속도에 지쳐 있는 사람들, 위대한 작가들을 흠모하며 밤마다 책을 읽는 사람들, 한 점의 그림 앞에서 오래 머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해설을 넘어 손끝으로 만나는 그림과의 대화를 시작해 보면 어떨까.
목차
프롤로그
1장. 읽고, 놀고, 사랑하라 : 일상의 발견
Night 1 칼 라르손 <부엌, 집으로부터>
Night 2 시네이 메르세 팔 <열기구>
Night 3 에바 곤잘레스 <침실에서>
Night 4 에리크 베렌스키올드 <떠들썩한 소리>
Night 5 알렉세이 하를라모프 <책을 들고 있는 소녀>
Night 6 프란츠 폰 슈투크 <유성들>
Night 7 니콜라에 토니차 <녹색 리본을 맨 아이>
Night 8 요제프 리플 로나이 <밤의 공원>
Night 9 레옹 스필리에르트 <어부의 아내>
Night 10 스탠리 스펜서 <락 로즈. 올드 로지. 태플로우>
Night 11 장 조프루아 <그림 수업>
Night 12 앙리 루소 <카니발 이브닝>
Night 13 안젤로 모르벨리 <마조레호수의 배>
Night 14 클로드 모네 <아르장퇴유 근처 산책>
Night 15 피에르 보나르 <글 쓰는 젊은 여인>
Night 16 페데리코 잔도메네기 <침대에서>
Night 17 프란체스코 하예즈 <입맞춤>
2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살아가는 법
Night 18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슈거링 오프>
Night 19 귀스타브 카유보트 <예르강에 내리는 비>
Night 20 조르조 모란디 <정물>
Night 21 필립 윌슨 스티어 <해변의 젊은 여인>
Night 22 쿠노 아미에트 <일몰>
Night 23 알렉세이 야블렌스키 <추상적 얼굴: 핑크색 심포니>
Night 24 루이 장모 <영혼의 비상>
Night 25 미칼로유스 콘스탄티나스 치율리오니스 <천사의 서곡>
Night 26 조지 벨로스 <뎀프시와 피르포>
Night 27 아르놀트 뵈클린 <죽음의 섬>
Night 28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 <바다 위의 수도사>
Night 29 에밀리오 롱고니 <홀로>
Night 30 프랭크 웨스턴 벤슨 <그랜드강 위에서>
Night 31 애그니스 펠턴 <궤도들>
Night 32 마리 바시키르체프 <우산>
Night 33 리베 페르스휘어 <1680년의 대혜성>
Night 34 엘렌 테슬레프 <메아리>
3장. 예술과 예술가, 그들이 건네는 말
Night 35 빈센트 반 고흐 <구름 낀 하늘 아래 오베르의 밀밭 >
Night 36 빈센트 반 고흐 <아이리스>
Night 37 오딜롱 르동 <오르페우스>
Night 38 니콜라 드 스탈 <갈매기들>
Night 39 맥스필드 패리시 <등을 들고 있는 사람들>
Night 40 앙리 마티스 <개가 있는 실내>
Night 41 구스타프 클림트 <음악>
Night 42 파울 클레 <황금 물고기>
Night 43 얀 만커스 <늙은 염소>
Night 44 아서 도브 <비평가>
Night 45 지노 세베리니 <바다의 무희>
Night 46 인드르지흐 슈티르스키 <아쿠아리움>
Night 47 코르넬리우스 헤이스브레흐트 <액자에 끼워진 그림의 뒷면>
Night 48 라이오넬 파이닝거 <겔메로다 9>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렇게 매일 밤, 그림 앞에 앉아 해설을 쓰며 그 속에서 즐겁게 유영했다. 한 점의 그림을 들여다보는 시간은 마치 깊은 물속으로 잠수하는 것과도 같았다. 표면에서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화가의 붓질 하나, 색의 조합 하나에도 이야기가 있었다. 그 이야기들을 길어 올려 문장과 연결하는 밤의 시간들은 고독했지만 풍요로웠다. _프롤로그 중에서
Night 3. 조용한 시작을 그리다
창문 너머의 빛은 아직 방을 제대로 채우지 못했다. 여인의 맨발이 닿은 바닥은 차갑다. 잠에서 깨어나는 몸의 감각이 그대로 전해진다. 이처럼 에바 곤잘레스는 자기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의 일상을 의도적으로 가공하지 않았다. 그녀는 아침의 조용한 공기, 평범한 침묵 속의 주체를 있는 그대로 담아낸다.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김용택 시인의 『아침산책』 속 유명한 구절 “사람들이 가 보지 않은 세상이 얼마나 많은가”가 떠오른다. 이 여인에게도 오늘은 아직 가 보지 않은 세상이다. 어제와 똑같은 침실에서 똑같은 커튼을 열지만 오늘의 빛은 어제와 다르다. 우리가 늘 같은 일상을 산다고 생각해도, 사실 매일 조금씩 다른 세계를 경험하고 있듯이. _<침실에서>, 에바 곤잘레스
Night 12. 환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본래 파리의 세관원이었던 앙리 루소는 직장이 쉬는 일요일에만 그림을 그릴 수 있었기 때문에 ‘일요일의 화가’라는 별명으로도 불리곤 했다. 또한 정규 미술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으므로 루브르 박물관에 가 작품을 모사해 가며 실력을 쌓았고, 그 뒤로는 자신의 순수한 직관을 바탕으로 인상주의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를 창조했다.
작품 속 두 인물은 이탈리아의 즉흥 가면 희극 ‘코메디아 델라르테’의 전통적 캐릭터 피에로와 콜롬비나로 보인다. 그러나 루소는 이들을 베네치아의 화려한 카니발이 아닌, 파리 근교의 쓸쓸한 겨울 숲에 세
워 놓았다. 이 기묘한 배치는 우연이 아니다. 19세기 말 파리는 산업화의 그늘 속에서 축제 때마저도 어딘가 쓸쓸함을 자아내던 도시였고, 그는 이 시대의 멜랑콜리를 본능적으로 감지했다. _<카니발 이브닝>, 앙리 루소



















